[앵커]
올여름은 평년보다 비가 더 많이 올 걸로 예상되는데, 이 때문에 폭우 때마다 피해를 입는 반지하 주민들 걱정이 큽니다. 침수가 우려되는 집 10곳 중 4곳은 물막이판도 없이 장마철을 맞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집에는 바람도 볕도 잘 들지 않습니다.
[반지하 주민 : 여기 물이 다 차서 굉장했죠. 막 그냥 뭐 밤새고 퍼내니 당할 수가 있어야지.]
지난해 여름 폭우 때 물 찬 흔적은 벽마다 곰팡이로 남았습니다.
[반지하 주민 : 어떻게 나가, 지금. 돈이 없는데…]
하지만 이번 여름도 여기서 지내야 합니다.
[반지하 주민 : 20만원 가지고 뭐 어디 가겠어. 가고 싶은데 그게 또 쉽지를 않으니까.]
재작년 신림동 일가족 참변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 지자체들이 지원하는 이주비를 보태도 지상으로 이사 갈 형편은 못 됩니다.
그나마 의지할 건 들이치는 비를 막아주는 물막이판입니다.
그런데 침수 우려가 있는 서울 반지하 가구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건 60% 정도입니다.
건물 주인이 반대하면 설치를 강제할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내 구청 관계자 : 건물주들이 집값 하락이라든가 아니면 세입자들이 안 들어온다고…]
그래서 한 골목이라도 설치된 집과 안 된 집이 섞여 있습니다.
발 매트 두 장으로 창문을 겨우 가려뒀습니다.
접착제로 붙였지만, 달랑거리는데요.
비가 쏟아지면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집에는 지난해 지자체가 물막이판을 달아줬습니다.
그런데 작은 부엌 창에만 있고, 정작 비가 더 들이치는 큰 안방 창문에는 없습니다.
[김영수/서울 화곡동 : 여기가 아이들이랑 어머니들이 주무시는 곳이다 보니까…]
올해도 물이 차면 지낼 곳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김영수/서울 화곡동 : 저랑 아이들은 찜질방에서 자거나… (물건들은) 계속해서 그냥 건조하고 다시 쓰고…]
반지하 대책은 아직 온전치 않은데, 장마는 당장 이번 달 말부터 시작됩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