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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사 욕설' 녹음했다가 고소당한 공공기관 직원…법정에선 '기립박수' 쏟아졌다

입력 2024-05-25 19:11 수정 2024-05-26 10:21

'직장 괴롭힘' 호소하는 동료 위해 신고 나섰다 2년째 재판
가해 상사 '경고 처분'에 그쳐…되려 직원들 '명예훼손' 고소
"인내하시는 분들, 용기 내서 목소리 내야 부당함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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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호소하는 동료 위해 신고 나섰다 2년째 재판
가해 상사 '경고 처분'에 그쳐…되려 직원들 '명예훼손' 고소
"인내하시는 분들, 용기 내서 목소리 내야 부당함 변해"

[앵커]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동료를 위해 신고에 나섰던 연구원이 오히려 고소·고발을 당했습니다.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야 했는데요.

그 재판 결과가 어땠을지, 부글터뷰 이상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사무실에서 상사 욕설 녹음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는데
가해 지목 상사 '경고 처분' 신고 직원 '수사 의뢰'

이상엽의 부글터뷰 '공공기관 괴롭힘 고발'

이범석 연구원은 고래를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이범석/괴롭힘 신고 연구원]
"숨소리가 너무 웅장한 거예요.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나는 것처럼 천천히"

지금은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해양과학관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2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동료 직원들을 위해 신고자로 나섰다 고발됐기 때문입니다.

[이범석/괴롭힘 신고 연구원]
"기자님을 예로 들자면 이상엽 그 X만한 XX가 아주 XXX을 해서 그 X같은 XX 어떻게 해야 되냐"

이 연구원은 2021년 12월 홍보팀장 근무 당시 사무실에서 상사의 욕설을 녹음한 뒤 인사팀에 제출했습니다.

[이범석/괴롭힘 신고 연구원]
"(제가) '사무실에서 너무 상스러운 욕설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부탁을 하니까 본인은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외부 노무법인이 파악해보니 일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했습니다.

노무사는 "가해 지목인(상사)에 대한 징계 처분이 필요하다"고 결론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였습니다.

국립해양과학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를 수사 의뢰했습니다.

아예 관장 이름으로 고발장까지 제출했는데 고발 이유를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기관 측은 직원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합동 고충을 신청하면서 불법 녹취한 파일을 서로 주고받으며 공동 범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가해 지목 상사도 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취재 동의를 얻고 음성 녹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가해 지목 상사는 징계위에서 경고 처분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고 처분은 직장 내 괴롭힘엔 해당하지만 징계로 분류되진 않습니다.

욕을 하긴 했지만 사무실이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가해 지목 상사]
"폭언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그런 정도지 {그런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폭언이 뭐가 있죠?} '정말 관장이 왜 그러는지 미치겠어' 이런 얘기만 했죠. {녹취 있잖아요. 거기에선 XXX 이런 얘기를 하시던데요?} 아 그건 했죠.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폭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사석인 곳(사무실). (직원들이) 신분증 케이스에 도청장치를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이제 수사와 재판 결과를 확인해야겠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피해 주장 직원들은 모두 불기소됐습니다.

상사의 욕설을 녹음한 이 연구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사는 2장짜리 공소장에서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누설했다"고 적었습니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 연구원이 상사의 욕설을 불법 녹음했다는 겁니다.

지난달 2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당시 재판 기록을 열람 등사해봤습니다.

판사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녹음 행위를 살펴본 뒤 가해 지목 상사인 증인을 상대로 여러 번 물었습니다.

상사의 욕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데도 본인은 징계를 받진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판사/2024.04.02 재판 중]
"증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난 게 있어요? {징계 처분이 아니라는 확인입니다} 경고 처분 받았잖아요. {그건 징계가 아닙니다} 증인은 평소에도 이렇게 말할 때 XXX 이런 욕을 하시나요? 직원과 대화할 때도 이렇게 뭐 XX"

국민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사무실 크기로 비춰볼 때 사무실 내 모든 직원들이 상사의 욕설을 들을 수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범석/괴롭힘 신고 연구원]
"배심원분들께서 다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시고. 인내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목소리를 조금 용기를 내서 말씀을 해주셔야만 이 부당함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이 연구원은 검찰 측 항소로 2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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