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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경비업체 마스터키 훔쳐 ATM 턴 30대 강도 구속

입력 2024-05-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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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업체 직원을 제압해 차량을 훔치고, 차 안에 있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마스터키로 농협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꺼내 달아난 전직 경비업체 직원이 오늘(9일) 구속됐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오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특수강도와 감금,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 3가지 죄명으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범행이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37살 남성은 지난 6일 새벽 2시 52분쯤 강원 원주시 학성동의 경비업체 관리실에 침입했습니다. 모자를 눌러쓴 채 비어 있는 관리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뒤 업무용 칸막이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순찰하러 온 직원 1명을 뒤에서 제압한 뒤, 포장용 테이프와 철제 옷걸이로 손발을 묶었습니다. 그러고는 경비업체 차량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이 경비업체 차 안에는 ATM 마스터키가 있었습니다. 남성은 약 1.5㎞ 떨어진 농협으로 갔습니다. 영업시간이 아니라서 잠겨 있던 정문 대신 후문으로 들어갔습니다. ATM에서 현금 1934만 원을 꺼내 준비한 가방에 담았습니다. 증거 인멸을 위해 현장에 있던 소화기를 뿌리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은행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8분이었습니다. 남성이 건물을 떠나고 1분 남짓 지난 뒤에 경찰과 경비업체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한발 늦은 뒤였습니다.

도주 과정도 용의주도했습니다. 훔친 경비업체 차와 마스터키 모두 그대로 둔 채 집까지 적어도 3㎞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달아났습니다. 이동 중에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복잡한 경로로 돌아서 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남성의 뒤를 쫓았습니다. 비 내리는 밤에 저화질 CCTV에 찍힌 용의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CCTV를 잘 분석하는 형사를 투입해 화면에 점처럼 지나가는 용의자를 특정했습니다. 범행 직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강릉에 갔다가 원주 집으로 돌아온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사건 발생 20시간 만이었습니다.
범행 나흘 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전 답사하는 피의자 모습〈사진=원주경찰서 제공〉

범행 나흘 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전 답사하는 피의자 모습〈사진=원주경찰서 제공〉


경비업체 직원의 동선과 야간 경비 시스템을 훤히 꿰뚫고 있는 범행 수법에, 처음부터 내부자 소행이 아닌지 의심이 갔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역시나 경비업체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경력자였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피해를 본 업체에서도 과거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범행에 앞서 지난달 29일과 지난 2일 두 차례 사전 답사를 했을 만큼 남성은 치밀했습니다.

범행 동기는 결국 돈이었습니다. 남성은 빚 때문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훔친 현금 1943만 원 가운데 200여만 원은 실제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습니다. 나머지 1700만 원은 경찰이 회수했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남성의 단독 범행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계속 수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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