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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고양이들…'무더기 입양' 남성의 실체

입력 2024-04-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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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며 나타난 한 20대 남성, 그런데 이 남성이 데려간 고양이들이 하나둘 사라집니다. 저희가 취재해 보니 세 마리는 이미 숨졌고, 두 마리는 갈비뼈 17곳이 부러진 상태였습니다. 이 남성, 고양이 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양이 구조자 : 진짜 잘 키워달라고 손도 잡았고, 그런데 이틀 만에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지난해 10월 김신애 씨는 강원 평창의 한 텃밭으로 달려갔습니다.

[김신애/고양이 구조자 : 저희 할머니가 밭에서 앵앵거리는 새끼고양이 2마리가 있다고, 눈도 못 뜨고 소리만 지르고 있고 탈수 증상이 되게 심한 상황이었어요]

어미 고양이를 24시간 기다리다 곧바로 구조했습니다.

고양이들은 아픈 곳 없이 잘 자랐고 이름도 생겼습니다.

[김신애/고양이 구조자 : 흰색 모락모락한 찐빵에 검은색 앙금이 들어간 생각이 나서 호빵이라 지었고, 찐빵이는 여러 가지 많잖아요.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김씨는 이미 아프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키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넉달 뒤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20대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입양신청서를 받고 남성의 부모와도 통화했는데 이틀 만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김씨 말고도 남성과 연락이 끊긴 구조자들은 더 있었습니다.

남성이 입양한 고양이는 확인된 것만 5마리.

모두 어떻게 됐을까.

고양이 5마리 중 2마리는 살았습니다.

지금 상태가 어떤지 수의사를 만나보겠습니다.

심각한 갈비뼈 골절이 드러났습니다.

호빵이는 한 달 전부터 최근까지 순차적으로 갈비뼈 양쪽 15곳이 부러졌습니다.

[수의사 : 지금 11번, 12번, 13번 늑골은 일주일 안에 골절이 있었던 걸로 보이고요. 10번, 9번, 9번의 안쪽, 10번의 안쪽. 2주에서 4주 정도 지난 골절로 보입니다]

수의사는 학대를 의심했습니다.

[수의사 : 사람 허리 정도 높이에서 코리안 숏헤어가 떨어졌을 때 갈비뼈가 15곳이 부러질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착지를 잘못했더라도 단기간에 여러 번 골절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수사 끝에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JTBC와의 통화에서 "남성의 진술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검토한 뒤 고양이를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학대 의심 남성 (유튜브) : 우울증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고양이 키우는 거예요. 물론 (내가) 게임을 하는데 (고양이가) 본체 버튼 누르고 모니터 가리고 키보드 누르고]

고양이를 여러 번 입양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

[학대 의심 남성 (유튜브) : 전 임시보호자가 한 6개월 됐다고 했던 것 같은데. 4~5개월?]

취재 결과 이 고양이 포함 3마리는 끝내 죽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제 남성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습니다.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를 죽이지 않았고 3마리가 밥을 안 먹고 적응도 못해 죽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는 겁니다.

2마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사이 책상 등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학대 의심 남성 (유튜브) : (고양이가 죽어서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이게 다예요?) 제가 그렇게 경찰에서 대답을 했으면 그게 맞겠죠. (왜 죽었는지는 말씀 못하세요?) 그런 거 왜 물어보세요. 저한테 지금. 말 안 할 거 알면서]

지금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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