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1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진행된 한 패션 브랜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쿠팡플레이 '동조자(The Sympathizer)'를 선보인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1인 4역을 맡긴 이유를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동조자'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클로드 역의 로다주는 한국에서 로다주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와 계기를 전했다.
박 감독은 "원작 각색을 논의하던 초창기에 떠올린 아이디어다. 소설에도 나오고, 시리즈에서는 3화에 등장하는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다. 소설에서 그 장면을 각색할 것인가를 논의하다가, '한자리에 모인 백인 남성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주변 인물들, 교수, 영화감독, CIA 요원, 하원 의원 등 중요한 인물이 결국 미국을 뜻하는 시스템, 미국 자본주의, 미국이라는 기관을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다. 결국은 하나의 존재'라는 걸 느꼈다. 그걸 분명히 하고 싶었다.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이어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각본을 써야할지 공동작가와 논의하다가, 교묘하게 대사를 쓰는 것보다도 효과적인 것은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같이 제작하는 동료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할까봐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반응이 나왔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가 A24나 HBO에 기획을 설득할 때,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여러 역을 해낼 수 있는 백인, 남성, 중년 배우가 누가 있을까. 이 역할을 다 합치면 등장 시간이 조연이 아니다. 스크린 타임으로 봤을 때 주연이다. 굉장히 중요했다"며 "희한하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면서 제작진의 만장일치로 로다주를 떠올렸다고 했다.
박 감독은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구별되게 개성 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막상 쉽게 찾기 어렵다. 로버트는 워낙 슈퍼스타다. 큰 기대 없이 일단 (대본을) 보냈다. 다행히 금방 '하겠다'고 해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15일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는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남자 캡틴 역의 호아 쉬안데(Hoa Xuande)를 중심으로 1인 4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산드라 오 (Sandra Oh) 등이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여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