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방 비밀번호 1234 '강제 고정'…공장 사장님, 사건 터지자

입력 2024-04-15 08: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는 취업 비자를 올해 가장 큰 규모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는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한 고용주는 강제 추행을 당한 노동자에게 회사를 옮겨주겠다고 했는데, 약속도 지키지 않고 '근무지 이탈'로 신고했습니다.

최광일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제가 한국에 온 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10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온 A씨.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A씨는 최근 두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태국 사람이 제 옷을 잡아당겨서 깜짝 놀랐고 싸움까지 일어나 너무 무서웠어요.]

저녁 식사 중 술을 마신 한 외국인 노동자가 떨어져 앉아있던 A씨의 옷을 잡아끌었고 동료 노동자들이 이를 말리면서 몸싸움까지 일어난 겁니다.

그날 밤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그날 밤 12시쯤 (그 사람이) 내 방문을 열려고 하더라고요.]

18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이 공장의 침실은 10개.

그런데 모든 방의 도어락 번호는 1234로 맞춰져 있고 바꾸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사장님이 노동자들이 방 관리 잘하는지 점검을 쉽게 하려고 모든 방을 똑같은 비밀번호로 고정한 것 같아요.]

A씨가 불안감에 문에 쇠사슬을 걸어뒀지만 부수고 들어온 겁니다.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갑자기 그 사람이 제 방에 들어오려고 문을 열었고 걸어둔 줄 때문에 안 열리는데도 문을 열려고 계속 당겼어요.]

비명을 지르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A씨/피해자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 가해자가 나가고 나서 줄로 여러 번 묶어서 문을 잠갔고 무서워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어요.]

다음날 고용주를 찾아갔지만 대답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해당 사업장 대표 : 왜 거길 잡아당겼어. 방을 왜 갔어? '죄송합니다'라고 해. 괜찮아? (가해자가) 이제 안 그렇게 하겠대.]

며칠 후에도 가해자가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을 확인한 A씨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공장을 나갔습니다.

[해당 사업장 대표 : 너(피해자) 마음이 중요해. 너가 OK 하면 같이 일하고. {아니야 아니야. 너(피해자)가 가. 사인해 줄게, 그냥 퇴사해.}]

그런데 다른 회사로 보내준다던 고용주는 이후 A씨의 사업장 변경신고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화를 차단하더니 A씨가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공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해당 사업장 대표 : {고용 허가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시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왜 그걸 안 해 주시는지?} 당신들한테 내가 답해 줄 의미도 없고 내가 시간 뺏길 것도 없으니 그냥 가세요. 법으로 하라고. {비밀번호를 1234로 한 건 맞는 거죠?} 그것도 내가 말할 필요가 없고.]

사건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지역의 외국인 고용 센터도 노동자 이탈 신고를 받았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A씨는 졸지에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VJ 한재혁 허재훈 이지환 / 리서처 이채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