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리뷰] '기생수: 더 그레이' 공개일, 연상호 감독 부활절

입력 2024-04-05 09:0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가 오늘(5일) 공개된다. 최근 주춤하던 연상호 감독의 '부활절'이 될 전망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전소니(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총 6부작인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에 앞서 언론에 3회차가 선공개 됐다.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용재 작가와 함께 각본을 썼다. 익숙한 원작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었다. 1988년부터 연재돼 명작으로 꼽히는 일본 만화 '기생수'의 설정을 기반으로 같지만 또 다른 '연니버스'를 창조했다.

원작 만화는 이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으로, 원작이 세상에 태어난 지 36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낳았다. 자칫 원작 팬들에겐 원작과의 비교로 인한 실망을, 원작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연니버스기생수'를 창조하며 우려를 씻어낸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생 생물이 인간과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는 설정 이외엔 모두 다르다. 남성으로 설정됐던 원작 주인공은 여성으로 바뀌었고, 그 외 모든 등장인물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원작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했다"는 연 감독의 의도대로다.

또한 연 감독은 낯선 새로움 대신 익숙한 재미를 탐했다. 기생 생물과 그들을 제거하려는 인간의 대립을 명확하게 그려낸다. 반은 인간, 반은 기생 생물인 주인공을 둘 사이에 배치해 새로운 구도로 배치했다. 원작과 비교해 단순해진 구도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연니버스' 느낌을 물씬 풍기는 각색도 추가됐다. 원작에서는 하나의 조직으로만 그려지는 기생 생물들의 모임은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종교의 외양을 한 모임으로 등장한다. 기이한 모양의 표식, 소름 끼치는 풍경의 교회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 데 한몫을 한다.

원작의 기묘하게 발랄한 이미지는 빠졌지만, 독특하게 발랄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배우 구교환이 연기하는 캐릭터 설강우다. 원작 속 기생 생물의 이름 미기(오른쪽이) 대신 하이디('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 따온 이름)라는 이름을 붙여준 인물도 바로 그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듯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구교환식 열연이 더해지니, '기생수: 더 그레이'의 중요한 '킥'이 됐다.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다만, 이정현이 연기한 최준경 캐릭터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작은 체구로 장총을 휘두르는 액션에선 연 감독의 설계도가 보이는 듯하지만, 설계도가 착실히 구현됐는지는 의문이다. 잔뜩 힘이 들어간 이정현의 연기는 몰입을 방해, 시청자가 '연니버스' 밖으로 튕겨져 나오게 한다.

원작에선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기생 생물이 아닌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그러한 메시지를 찾아보긴 힘들다. 그러나 무거운 메시지는 필요 없다. 다음 회차 보기를 누르게 만드는 힘을 가진 덕분이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관객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 드라마 '괴이'(2022) 영화 '정이'(2023) 드라마 '선산' 등으로 일부 관객의 혹평을 받았다. 연상호라는 이름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장르물의 대가인 연 감독의 작품이라 하기엔 실망스러웠다.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기생수: 더 그레이'


연 감독은 '기생수: 더 그레이'로 '폼 돌아왔다'는 평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전개로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가득 담았다. 2020년부터 드라마('방법')를 만들어온 덕분에 쫄깃한 엔딩도 훌륭히 요리해 시청자의 상에 올린다.

장점과 특기를 살려 돌아온 연상호 감독. '연니버스'의 부활이 반갑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