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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J 후원 '큰손' 숨져…알고보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입력 2024-03-24 19:08 수정 2024-03-28 13:59

꿀벌처럼 부지런히 취재하는 '뉴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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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처럼 부지런히 취재하는 '뉴스B'

[앵커]

인터넷 방송 BJ들에게 하루에 5천 만원까지 후원을 하던 30대가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평범한 회사원으로 빚을 내서 무리하게 후원을 해왔던 거였는데, 유족 측은 해당 BJ와 방송 관계자들을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박사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5월, 3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하루에 5천만 원까지 후원을 하면서 인터넷 방송 BJ들 사이에서 씀씀이가 큰, 이른바 '큰손'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A씨가 참여해온 건 이른바 '엑셀방송'으로 후원 금액에 따라 BJ들의 직급과 퇴출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였습니다.

[A씨 동생 : {형이 하루에 최고 많이 (후원금을) 쏜 게 어느 정도였나요?} 5천만원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방송BJ들인데 고객 관리 차원에서 카톡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사실 A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자신이 미는 BJ가 퇴출되는 걸 막기 위해 빚을 내면서까지 후원을 해왔던 겁니다.

A씨가 숨질 당시 빚은 1억 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A씨 동생 : 어느 순간부터 (형이) 돈이 없는 게 보였어요. 회사 결제일이 좀 늦어져서 조금씩 밀린다, 그래서 몇십만 원만 보내줘라.]

A씨가 당시 자신이 후원하던 BJ와 주고받은 카톡입니다.

A씨는 BJ의 태도를 문제삼거나, 전화번호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줬다고 화를 냅니다.

이제 지쳤다는 얘기도 합니다.

당시 A씨에게 후원을 받았던 한 BJ는 취재진에 자신도 안타깝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으로 후원을 한 것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B씨/BJ : 자기 재미를 위해서건 모든 게, 일단은 후원하는 것 자체가 본인 선택이잖아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취재진은 취재과정에서 해당 인터넷 방송 내부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부 BJ들이 후원금액을 조작해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후원을 유도한다고 털어놨습니다.

[해당 인터넷방송 관계자 : 만약에 1이라는 사람이 자기한테 별풍선을 쏴요. 그러면 2라는 가짜계정을 만들어서 1이라는 사람보다 더 쏘는 거예요. 그럼 1이라는 사람은 이게 경쟁 심리가 붙잖아요. 2라는 사람보다 더 쏘게 되는 거예요. 그걸 유도를 하거든요.]

오로지 시청자들의 후원금액에 따라 BJ들의 퇴출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얘깁니다.

BJ들의 말은 엇갈립니다.

어떤 BJ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 반면,

[당시 소속 BJ : {오로지 시청자들이 쏘는 것에 따라서만 직급이나 퇴출 여부가 결정이 되나요?} 시스템상 그렇죠. 다들 그걸 아니까, 자기 응원하는 BJ한테 후원하고 그러는 거니까. 큰손들이랑 안 친해요.]

다른 BJ는 일부 사실이긴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소속 BJ : 제가 제 점수를 올리려고 제 돈으로 (후원)한 적은 있다. 매니저들한테 입금해줄테니 너가 너 아이디로 쏴라…보는 사람들도 거의 다 눈을 감아줄 것 같고 알아도 별로 뭐라 안 할 부분이라…]

방송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직원을 동원해 '셀프 후원'을 한 뒤 돌려받는다는 얘깁니다.

A씨의 유족은 해당 방송에서 일부 BJ가 시청자를 속여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BJ와 방송 관계자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입니다.

[김안철/변호사 : 유명 BJ들의 관계자들이 별풍선을 쏨으로써 더 많은 별풍선을 유도하는 행위를 만들어내는 거죠. 분명히 그건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분명히 그건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이에 BJ 측은 당시 후원금에 대해 공지한 약속을 모두 지켰고 조작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인터넷 방송은 수 십 억 원을 움직이는 고액 후원자들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큰 돈을 후원하는 사람과 BJ 사이에선 성접대 같은 요구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박사라 기자입니다.

[기자]

수십억 원을 쓰는 이른바 '큰손' 시청자들이 방송 운영에 관여한다는 정황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해당 인터넷방송 관계자 : (큰손이) 내가 얘 퇴출시킬 거니까 그전에 다른 사람도 별풍선을 많이 받아놔라. 또 큰손한테 간택을 받아야 들어올 수가 있어요. 그 사람 말 한마디면 이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죠. 방송을.]

[당시 소속 BJ : 저희는 이 큰손들한테 수익을 내야 되니까 걔가 후원 쏘면서 '야 이거 저렇게 하자' 그러면 거기 따라가는 건 당연한 거죠.]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접대 같은 부당한 요구가 오간다는 겁니다.

유명 인터넷방송 여성 BJ가 이른바 '큰 손' 시청자로부터 받은 문자입니다.

성접대를 하면 자신이 큰 돈을 후원해 직급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해당 BJ는 거절했지만, 이같은 일은 적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방송 관계자끼리의 대화들입니다.

BJ가 '큰손'이 자신에게 성적인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큰손'과 접대 자리가 밤새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당시 방송 관계자 : 그 큰손 한 명에 의해서 그런 접대 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여자들도 부르는 접대 자리가 이루어지고…]

[당시 소속 BJ : 그냥 (큰손) 만나서 술 한 잔 먹고 형님 감사했습니다 하고 괜히 무슨 일을 하면서 얘의 심기를 건들고 싶지 않은 거야.]

개인이 인터넷 방송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후원하는데 생기는 부작용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고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 국정감사) : BJ들은 그것이 선정적이든 모든 걸 다 하게 되는 거고 그것은 결국 아프리카TV의 수익으로 귀결이 되는 거죠.]

[서수길/아프리카TV 대표 : 저희가 나름대로 정책과 규제를 하고 있지만 더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한도를 정해놨지만 아이디 여러 개를 쓰거나 대리결제 업체를 이용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숨진 A씨 역시 업체를 이용했습니다.

[A씨 동생 : 이때 39만9천개를 쐈는데 39만9천개면 거의 한 4천만원 돈 되는 돈이거든요. {하루에 3300만원으로 제한이 있는데…} 외부 사설 업체에 환전 요청을 하더라고요.]

아프리카TV는 대리결제 업체에 대해 광고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김관후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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