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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만 기댈 수 없다'…러 야욕에 서방 국가들 '자체 무장론'

입력 2024-03-09 18:40 수정 2024-03-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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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야욕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미국 중심의 나토 체제만을 믿고 있을 순 없다며 자체 무장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2차 대전 전범국인 독일에서조차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김서연 기자입니다.

[기자]

사거리 500km에 달하는 독일제 장거리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

[프로스테트/독일군 우주사령부 장교]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쓰면 가능합니다."

독일군이 이 타우러스로 러시아 영토를 요격할 수 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유럽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크렘린궁 대변인]
"솔직히 말해 독일은 많은 실수를 하고 있어요. 독일인에게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러시아와 나토 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위협 속에 독일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금기시됐던 자체 핵 무장론까지 고개를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핵 전쟁' 경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보내면 핵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우리는 서방 영토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일을 벌이고 있어요. 핵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유럽 정상들의 잇따른 말실수는 화를 키웠습니다.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
"영국과 프랑스가 표적 조절을 위해 하는 일을 독일은 할 수 없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사일 운용을 위해 이미 전장에 군사를 배치했다고 암시한 겁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토의 파병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반발을 불러일으킨 지 며칠 만이었습니다.

영국은 독일이 전쟁 기밀을 누설했다며 즉각 발끈했습니다.

이를 두고 나토가 균열할 조짐을 보인다고 외신들은 지적했습니다.

<트럼프까지? 나토 '붕괴' 우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수 있다는 관측은 나토 동맹의 신뢰를 흔들고 있습니다.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폭탄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저는 당신들 국가를 보호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하겠습니다. 돈(방위비)을 내야죠. 돈을 내야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더이상 나토의 안보 우산에 기댈 수만 없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습니다.

미국이 없는 나토는 핵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독일 정치권에서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럽발 '핵 도미노' 우려>

나토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자체 핵 무장론은 '핵 도미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가 핵 무장에 시동을 건다면, 너도나도 핵 개발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5개국을 제외한 어떤 국가든 핵을 공식적으로 보유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국제법적인 규범 원칙 측면에서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핵 도미노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우리 정부는 독자적인 핵 무장론에 아직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유럽발 핵 위기가 고조된다면 한반도 역시 자유로울 순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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