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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호한 표본 위주 검사했지만"…'콘크리트 C등급'에도 재활용 분양 강행

입력 2024-02-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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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3년 넘게 방치돼 있던 아파트를 한 시행사가 인수한 뒤에 안전하게 다시 짓고 있다며 분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안전진단 관련 문건을 살펴보니 안전하다는 홍보와 달리 콘크리트 문제로 아파트 철근이 부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박준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준우 기자]

천안 성정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입니다.

건설사 부도로 13년 넘게 방치됐던 폐아파트였습니다.

[인근 주민 : 뼈대는 다 올라가 있었고, 거의 10년 안 하고 있다가 다른 데서 인수 받아서 지금 올라가는 거지.]

그러다 SM그룹 계열사인 '태초이앤씨'가 인수해 지난해 9월부터 공사가 재개됐습니다.

보강공사를 거쳐 정밀안전점검에서 5개 등급 중 2번째인 B등급을 받고 나서야 사업 승인이 났습니다.

B등급이면 당장 중대한 안전 문제는 없다고 판단돼 재활용해서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 관계자 : B등급이면 양호해서 올라갈 수 있는 거고, 세워져 있는 기존 골조만 그대로라고 보시면 되고 내외부 싹 갈아엎어서…]

그런데 전체 등급과는 달리 세부항목으로 가면 다른 평가가 눈에 띕니다.

JTBC가 확보한 안전진단 문건입니다

콘크리트는 강도 약화와 탄산화 문제로 C등급을 받았다고 돼 있습니다.

탄산화는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내부로 침투해 철근의 부식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특히 탄산화로 인해 D등급을 받은 표본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D등급은 건축물의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안전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고창우/한국구조기술사협회장 : 이게 27㎜면 많이 진행된 거예요. 연수에 비해서. 건물이 노후화가 빨라지겠죠. 한 30년을 써야 되는 새집인데 벌써 20년 된 집을 쓰게 되는 거니까…]

"이미 진행된 탄산화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다만, SM그룹 측은 "안전 점검 최종 결과는 B등급이었다"며 "표면 처리를 완료해 콘크리트 안정성을 확보했고 구조도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콘크리트 문제로 철근이 부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양호한 표본 위주로 검사한 결과라는 게 이 문건에 담긴 내용입니다. 승인권자인 천안시는 이런 내용을 모두 보고받았지만 사업을 승인했고 홍보까지 했습니다.

이어서 김안수 기자입니다.

[김안수 기자]

구조기술사가 작성한 해당 아파트의 안전진단 관련 문건입니다.

"상당히 적극적이고 양호한 표본 위주로 반영한 결과"라고 적혀 있습니다.

"콘크리트 강도와 탄산화는 C등급에서 상향될 수 있는 조치가 어렵다"는 내용도 보입니다.

천안시는 해당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천안시청 관계자 : 중성화 관련해서는 평균 C등급이 나왔지만 일부 층에 대해서는 D등급이 나온 것도 있고…]

종합평가나 구조안전성평가는 B등급을 받고 부분적으로 C등급을 받은 만큼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천안시청 관계자 : 탄산화에 따른 중대한 결점은 상태평가 기준이 E라고 기재가 돼 있습니다. 구조 관련해서는 기존에도 B등급을 유지했었고요.]

그리고는 문제가 없다고 홍보했습니다.

[박상돈/천안시장 : 공사 재개를 위한 사업 계획 변경 승인신청, 재착공 등으로 모두 새 출발 하게 돼서 현재는 방치된 공동주택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천안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콘크리트 안전성 문제는 구조기술사들과 다시 보강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또, 준공 전에 정밀안전점검을 한 차례 더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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