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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더 비싸게"…일본에서 '이중가격제' 얘기 나오는 이유

입력 2024-02-26 13:07 수정 2024-02-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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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출연 : 이지현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최근 일본에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중가격제란 같은 재화나 서비스에 두 가지 가격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일본에서 언급되는 이중가격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비싼 요금을 받자는 게 핵심입니다. 일본에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현지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이유죠.
 
일본 관광지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보도한 블룸버그 기사. 〈사진=Bloomberg 홈페이지〉

일본 관광지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보도한 블룸버그 기사. 〈사진=Bloomberg 홈페이지〉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여행 붐 때문에 해산물 덮밥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수산물시장인 도요스시장에서는 해산물 덮밥을 1인분에 6980엔(한화 약 6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1000~1500엔(약 8800~1만3300원)에 먹을 수 있는 걸 관광객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훨씬 비싸게 주고 사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일본 홋카이도 한 스키장 푸드트럭에서는 장어 덮밥과 닭꼬치 덮밥을 각각 3500엔(약 3만1000원), 2000엔(약 1만8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흔쾌히 지갑을 열자 점점 물가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는 게 일본 현지에서 나오는 불만입니다.
 

비싼 여행지→가성비 여행지로 바뀐 일본

엔저 현상으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저 현상으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은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됐습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일본 엔화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실질실효환율'은 197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일본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8%로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인당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중가격제가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국립공원이나 사원 등 유명 관광지 입장료를 외국인에게 더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관광지 입장료를 외국인에게는 더 받거나, 식당에서 파는 라멘도 외국인에 가격은 더 비싸게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

최소한 외국인에게 할인 혜택을 주던 것들의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철도패스입니다.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 그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JR 열차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철도 패스를 판매했는데요.

가격이 워낙 저렴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JR그룹은 철도패스 가격을 지난해 10월부터 최대 77%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오버투어리즘 때문에 이중가격제 논의 나오는 것"

일본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EPA/연합뉴스〉

일본을 찾은 여행객들. 〈사진=EPA/연합뉴스〉


이중가격제 도입 논의 배경에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들면서 혼잡, 교통체증, 쓰레기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버투어리즘이 심화되면 주민들 삶의 질이 떨어지기도 하죠.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오버투어리즘 대책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교통수단 확충, 혼잡 요금제 도입, 지방 관광객 유치 촉진 등 여러 방면의 대책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정도로 일본 안에서도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이중가격제를 통해 관광에 드는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죠.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이중가격제 도입 논의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오버투어리즘 때문일 것"이라며 "물가 자체가 문제이기보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 발생하는 현지인들의 불편 때문에 논의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언론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입해야"

일본으로 출국하는 여행객들. 〈사진=연합뉴스〉

일본으로 출국하는 여행객들. 〈사진=연합뉴스〉


다만 당장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처럼 식당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비싼 가격을 받으려면 매번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격을 올리면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업계 반발이 예상됩니다.

무턱대고 '외국인은 더 비싸게'를 외치기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이중가격제 도입과 관련한 사설에서 "자연·문화체험에 있어 각 나라 언어로 해설을 붙여 가격을 높이거나, 붐비는 관광지에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되 가격을 좀 더 받는 식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또 "서비스 내용에 차등을 두기 어려운 공공시설의 경우 외국인은 정규요금을 내도록 하고, 자국민과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증명서를 보여주면 할인해주는 방식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같은 가게에서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를 두고 가격을 달리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중가격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관광지가 몰려있는 곳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거나, 아니면 외국인에게 제공하던 소비세 면제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은 더 비싸게"…일본에서 '이중가격제' 얘기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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