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입력 2024-02-23 10:36 수정 2024-02-23 11:38

2020년 '전교 1등' 홍보물로 비판받고도 바뀐 것 없어
성폭력·가정폭력 비유...취약한 '인권 감수성' 보여주는 듯
"의사들의 지독한 선민의식, 의료개혁이 필요한 이유" 지적도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2020년 '전교 1등' 홍보물로 비판받고도 바뀐 것 없어
성폭력·가정폭력 비유...취약한 '인권 감수성' 보여주는 듯
"의사들의 지독한 선민의식, 의료개혁이 필요한 이유" 지적도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용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2020년 9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만든 홍보물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A. 매년 전교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에 공부에 매진한 의사, B.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2020년 9월 논란이 됐던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홍보물 일부

2020년 9월 논란이 됐던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홍보물 일부


'성적 지상주의', '지방 비하' 등 의사들의 특권의식이 드러난 홍보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이 게시물은 삭제됐습니다. 4년이 흐름 지금, 이런 특권의식이 다시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순한 실언이라고 하고 넘기기엔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과 동떨어진 의식이 드러나고 있다는 겁니다. 몇 가지 장면을 보죠.

◇장면1. 성폭력 비유
어제(22일) 저녁 서울시의사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가졌습니다. 무대 위 발언이 이어지는 중에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의 이 발언이 나왔습니다.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야, 박민수!(보건복지부 차관) 나이가 비슷하니까 반말할게. 정신차려, 민수야. 네가 분명히 그랬지. (의협과) 28차례 협의체에서 회의하면서 다 얘기했다고. 우리가 언제 의대정원을 늘리자고 동의했냐? 우리는 그런 적 없잖아. 네 뇌피셜이다. 네 말대로라면 회의했다고 네 맘대로 해야 된다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해도 된다는 얘기야. 우리는 절대로 (의대 증원에) 동의한 적 없고 앞으로도 동의할 수 없어. ”

데이트 성폭행이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인 상황에서, 그 피해자의 치유를 담당하는 한 축인 의료계에서 나온 이런 '비유'가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장면2. "반에서 20~30등도 의사" 비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은 뿌리 깊은 엘리트 의식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사람을 뽑아서 거기서 또 의무근무를 시킵니다. 그 의사한테 진료를 누가 받기를 원하겠습니까.”

〈국민일보〉는 〈의사들의 지독한 선민의식, 의료개혁이 필요한 이유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를 억지로 만들려다 보니 '꼴지도 의대간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경향신문〉도 〈"정원 늘리면 반 20등도 의사한다"는 의협의 특권의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성적 우수자만 의사가 되길 국민이 바란다는 건 독단에 가깝다""성적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자기합리화일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실제로 정부 계획대로 2000명을 증원해도 여전히 의대는 고교 최상위권만 진학하는 '좁은 문'이라는 점에서 '현실과도 동떨어진 비유'라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장면3. 가정폭력 비유
어제(22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의 정례브리핑에서도 '부적절한 비유'는 이어졌습니다. 주 위원장은 '지인이 보내준 내용'이라는 걸 전제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의료진을 같은 선상에서 비유했습니다.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매 맞는 아내가 자식들 때문에 가출 못 할 거라고 자식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릅니까.”

환자들이 자식이고 의사들이 '매 맞는 아내'라는 걸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의 현실을 부적절하게 인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면4. "지방에 부족한건 민도"
주 위원장은 지난 8일에도 페이스북 글로 한차례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수도권 지역 인재 중심의 의대 증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 서열화를 공고히 하는 개악”이라며 “환자들의 수도권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썼습니다.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민도'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문화 수준을 뜻하는 말이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주 위원장의 글은 '지방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낮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주 위원장은 글을 올린 지 15시간만인 같은 날 저녁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를 '지방에 부족한 건 환자'라고 수정했습니다.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비공식 발언이었지만 정부와 대치 상황이 심화하는 상황이었기에 논란이 됐습니다.

◇장면5. "내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
선배 의사들의 실언 외에도 여론을 싸늘하게 만든 전공의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 무대에 오른 한 전공의는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증원 찬성 쪽에서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다'고 했던 표현을 비꼰 것이란 풀이가 나왔습니다. 환자를 대하는 권위적인 의식이 보였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SBS 뉴스 보도 장면 캡쳐

SBS 뉴스 보도 장면 캡쳐


그리고 결이 다르지만 짚어봐야 할 이 장면
2020년 4월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이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캠페인' 이었습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라는 문구도 담겨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캠페인 이미지

보건복지부 캠페인 이미지


최근 일부 의사들은 "코로나 때는 그렇게 칭송하더니"라며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챌린지' 이후 벌어진 위 5가지 장면을 보면, 비판의 원인으로 '남 탓'민 하기엔 '자초한 경우'도 적지 않아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독한 선민의식" 비판 자초한 '의료계 실언' 다섯 장면
〈뉴스들어가혁!〉은 JTBC news 유튜브를 통해 평일 아침 8시 생방송으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핵심 이슈를 이가혁 기자가 더 쉽게, 더 친숙하게 전해드립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