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21년 요소수 대란, 단서 놓친 재외공관...지각해도 '최고 성과' 받은 해외주재관

입력 2024-02-20 14:0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2021년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하며 벌어진 '요소수 대란' 당시 주중 대사관이 중국 정부의 공고를 보고도 그 중요성을 몰라 우리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0일) 이런 감사 내용이 담긴 '재외공관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원.


'요소 수출 제한' 공고 보고도 중요성 몰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0월 13일 당시 주중대사관 A 관세관이 중국 정부가 게시한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 공고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요소 수출 제한 조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알지 못한 채 이 내용을 관세청 등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주중대사관은 결국 일주일 넘게 지난 같은 달 21일 중국 상하이 소재 우리 기업이 요소 수출 제한으로 국내 화물차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단 내용의 민원을 제기한 후에야 사태를 파악하고 국내에 보고했습니다.

이에 더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중국본부에서 제출한 보고서까지 디젤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문제를 누락하고 요소 비료 수급만 다루면서 정부의 실태 파악은 더 늦어졌습니다. 첫 정부 합동 회의가 열린 건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이미 심각해진 같은 해 11월 2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장하성 주중대사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2022년 14개 해외공관의 경제 분야 주재관 44명의 임무 수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주재관들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분석하거나 주요 인물을 만나는 '핵심 업무'와 단순 번역이나 보도 요약 등에 그치는 '통상 업무' 같은 유형 구분 없이 일하다 보니 주재관마다 임무 수행의 편차가 컸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업무'가 90% 이상인 관세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핵심 업무'를 90% 이상 수행하는 관세관이 있는 식이었습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중요도에 따라 주재관의 업무 유형을 구분하고, 주요 인사 접촉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등 주재관 활동 및 보고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150일 지각하고도 평가 전 항목 '1·2등급'

한편 감사원이 2022년 14개 해외 공관 주재관 67명의 근무실태를 평가한 결과, 사실상 해외 주재관에 대한 관대한 평가가 관례화돼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성실성 등 8개 평가항목별로 최고 등급인 E나 그 아래인 S 등급을 받은 비율이 최소 91%에서 100%에 이르렀습니다. 한 개 항목이라도 최하 등급인 C나 그 바로 위인 B등급을 받은 주재관은 상반기에는 1명, 하반기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실제 주뉴욕총영사관 총영사는 2022년 근태 평가에서 모든 주재관에게 만점을 부여했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 실적을 잘 모른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1년간 150일을 지각하고도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E, S등급을 받은 주일대사관 관세관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주재관의 기본 업무 중 하나인 반기별 정기활동보고서 제출 실태를 점검한 결과, 미제출 비율이 최소 8.4%에서 최대 18.2%에 이르렀습니다. 감사원은 외교부 장관에게 정기활동보고서 제출 관리를 강화하고, 근무실태평가가 주재관의 업무실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 평가항목을 신설하고 평가 등급별 인원 비율을 설정하는 등 주재관 평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