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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주가조작 부당이득, 단일종목 역대 최대 6600억…MZ조폭 개입도 사실이었다

입력 2024-02-14 16:32 수정 2024-02-14 16:43

20명 3개팀 나뉘어 범행…팀끼리 서로 신상 몰라
MZ조직원도 개입...슈퍼카 타며 호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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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3개팀 나뉘어 범행…팀끼리 서로 신상 몰라
MZ조직원도 개입...슈퍼카 타며 호화 생활

 
검찰, '영풍제지 주가조작' 수사 결과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검찰, '영풍제지 주가조작' 수사 결과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의 주가를 약 14배 상승시켜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의 주범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6,600억원대로 단일종목 주가조작 범행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오늘 도피 중 검거된 영풍제지 시세조종 일당 총책 사채업자 이모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세조종 일당 2명과 이씨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2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주가조작 가담자 등을 포함하면 구속 기소된 인원은 12명, 불구속 기소된 인원은 4명입니다.
 

3개팀, 점조직으로 움직여...다른 팀끼리 얼굴도 몰라

검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증권계좌 330여개를 동원해 영풍제지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상대방과 거래 시점과 가격을 정하고 매매를 하는 통정매매 수법과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넣는 고가매수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거래 시작이나 마감 직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넣어 시가와 종가를 띄우는 시·종가 관여 주문도 반복적으로 넣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의 시세 조종으로 영풍제지의 주가는 지난해 2022년 10월25일 3484원에서 1년 후인 지난해 10월17일 48400원으로 약 14배 급등했습니다.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총책 이씨 등 총 20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은 3개팀으로 나뉘어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 것으로 확안됐습니다.

각 팀의 사무실은 흩어져 있었고 이씨를 제외한 각 팀 조직원은 다른 팀 조직원의 신상을 알지 못하고 서로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수사에 대비해 철저히 비밀리에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부당이득 6,600억원대...단일종목 역대 최대

검찰은 당초 3개팀 가운데 1개 팀만 인지해 부당이득액을 2,789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나머지 2팀을 추가 적발해 부당이득액을 6,616억원으로 재산정했습니다.

단일 종목 주가조작 범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해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주가조작의 경우에는 부당이득이 7,305억원으로 산정됐지만 8개 종목이 대상이었습니다.

검찰은 전체 부당이득 6,616억원 가운데 이씨 일당이 실제로 이익을 실현한 건 약 5,200억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5,200억원 가운데 상당액도 다시 주가조작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시세조종에 이용한 차명 증권계좌, 범죄수익이 입출금된 은행계좌, 부동산, 차량 등에 대한 추징 보전을 완료했습니다.

또, 이들이 일당이 정확히 손에 쥔 범죄수익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MZ조폭 개입 사실로 드러나

〈사진=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사진=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JTBC가 보도했던 MZ조폭들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20~30대로 구성된 소위 MZ팀은 자칭 '아이들'이란 팀명으로 활동하며 유튜브와 텔레그램 불법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등 주식매수에 필요한 자금과 증권계좌를 모집·관리했습니다.

또, 이씨의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Z팀은 주가조작 범죄수익으로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한강 뷰가 펼쳐진 초고가 오피스텔에 거주하면서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하는가 하면 수억원씩 현금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고급 유흥업소를 드나들고 고가 명품을 구입했습니다.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주범 이씨 도피 적극 도와

총책 이씨의 도피를 도운 일당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특히 이씨와 오랜 인연으로 각종 법률 업무를 맡았던 모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A씨는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 당일 이씨를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이동시키는 등 도피를 적극 도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이씨의 휴대전화를 2대를 넘겨받아 전원을 켜둔 상태로 자신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사무장 주거지에 가져다 놓는 등 검찰의 위치 추적을 방해하고 이씨에게 현금 수억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이모씨 체포 당시 모습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이모씨 체포 당시 모습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3개월 넘게 국내 도피 중이던 이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4억8천만원을 건네고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가 지난달 25일 제주도 해상에서 해경에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이씨는 도피 자금 1,100여만원을 소지 중이었습니다.

이씨의 밀항을 도운 브로커는 사건 직후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현재 서귀포해양경찰서가 밀항 브로커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대양금속 실소유주 공모씨 일가 겨눌까

검찰은 수사 착수 직후 도주하여 종적을 감춘 주가조직의 일당 수 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추적 중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공조 등을 통해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주가조작에 관여한 추가 공범은 물론 조직원들의 도피를 도운 사법방해사범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인 주가조작에 앞서 영풍제지를 인수한 대양금속의 실소유주 공모씨 일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양금속은 지난 2022년 11월 영풍제지 전체 지분의 절반인 약 1300억어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당시 자기자금 439억원에 차입금 861억원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차입금 861억원 가운데 761억원은 아직 취득하지도 않은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빌렸고, 나머지 100억원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내로 갚아야 하는 초단기 차입금이었습니다.

자기자금 439억원 중에서도 단기 차입금 등을 빼면 대양금속이 인수에 쓴 순수 자금은 60억원 뿐이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사진=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사실상 무자본 M&A로 영풍제지의 오너가 된 셈입니다.

대양금속의 실소유주인 공씨는 이 과정에서 주범 이씨를 통해 명동 사채 시장의 큰 손들을 소개받아 수백억원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영풍제지 오너 일가 수사 관련 질문에 "주가조작 가담자나 공범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며 "기소한 피의자를 제외한 다른 관계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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