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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 손 잡고 '안락사'…불 붙는 '존엄한 죽음' 논쟁

입력 2024-02-13 21:26 수정 2024-02-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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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네덜란드 전 총리가 부인과 함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70년 가까이 함께해온 93살 동갑내기 부부가 한날 한시 손을 맞잡고 떠났다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존엄한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쟁도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먼저 박사라 기자입니다.

[박사라 기자]

노년의 부부가 온화하게 웃고 있습니다.

1977년부터 5년간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드리스 판아흐트와, 그가 '나의 여인'이라 불렀다는 부인 외제니 여사입니다.

70년 넘게 동료이자 부부로 살아온 93세 동갑내기 두 사람은 지난 5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날 한시에 안락사했습니다.

판아흐트 전 총리가 세운 시민단체 권리포럼 측은 "판아흐트 전 총리가 2019년 뇌출혈을 겪은 뒤 신체적 능력의 상실을 느끼며 삶의 마지막에 이르렀단 것을 인식했다"며 "건강이 악화된 부인과 함께 손을 맞잡고 동시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밝혔습니다.

판 아흐트 전 총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종교적 교리와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삶의 자기결정권을 추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가 제도화된 나라로, 2022년 기준 전체 사망자 5% 정도가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지난해엔 안락사 시행 연령 제한까지 없어졌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의 의사조력사망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에서 합법화됐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며 대상과 조건이 수정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에콰도르에서는 불치병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처벌하는 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면서, 남미에서 두 번째 합법화가 예고됐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정신질환자까지 조력사망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격론이 벌어졌지만, 지난달 최종적으로 제외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조력 사망'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저희 JTBC가 보도하며 세상에 알려진 불치병 환자 이명식 씨가 조력사망을 허용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가 과거와 달리 이번엔 처음으로 정식 심판에 올려 판단해보기로 한 겁니다.

계속해서 임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임지수 기자]

60대 척수염 환자 이명식 씨는 지난달 조력사망을 허용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하반신 마비와 동시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경련과 통증에 시달리는 이씨는 조력사망이 제도화되지 않아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호소합니다.

[이명식/척수염 환자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 가입) :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꼭 살아있는 인간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죽음의 존엄성까지 포함될 수 있었으면…]

앞서 헌재는 두 차례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구체적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헌재가 이 문제에 대해 본격 판단해보기로 결정했고, 조력사망 제도를 국회가 입법하지 않은 것과, 조력사망을 도운 의사나 가족을 자살방조죄로 처벌하는 법이 위헌인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국내 말기 질환이나 불치병 환자들은 계속해서 스위스 조력사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행할 가족이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는 겁니다.

2022년 말 기준 스위스 최대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 회원 가운데 한국인 숫자는 117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실반 룰라이/스위스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 공동책임자 : (조력사망이) 불법이라는 금기의 압박 속에서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고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집에서 존엄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것은 공개적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VJ 한재혁 이지환 / 영상디자인 이정회 김윤나 / 리서처 이채빈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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