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은 흥행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 1일 조용히 개봉한 '건국전쟁(김덕영 감독)'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설 연휴 신작 '소풍(김용균 감독)' '도그데이즈(김덕민 감독)' '데드맨(하준원 감독)' '아가일(매튜 본 감독)'을 모두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건국전쟁'은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간의 설 연휴 기간 동안 23만6441명이 관람해 누적관객수 32만9950명을 찍었다. 이는 손익분기점 약 20만 명을 넘어선 수치일 뿐만 아니라 최근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중 가장 뛰어난 기록이다.
지난달 10일 공개된 '길위에 김대중(민환기 감독)'은 누적관객수 12만2768명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장르로는 크게 선전했으나 '건국전쟁'이 개봉하면서 절반의 기록이 됐다. 같은 달 31일 개봉한 '비욘드 유토피아(매들린 개빈 감독)'는 누적관객수 1만3609명에 그쳤다.
그렇다면 '건국전쟁'은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특정 지지층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호응도가 높은 것일까. 베일 벗은 '건국전쟁'은 궁극적으로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1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 농지개혁, 독도 영유권 확보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중점적으로 다뤘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자유 민주주의 수호자로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호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대표,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 등이 출연했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영화 초반 깜짝 등장한다.
'건국전쟁'이 설 대목 수혜를 톡톡히 입으면서 흥행을 위해 작품을 선 홍보하는 것이 아닌, 먼저 빵 터진 성적이 역으로 작품을 띄우는 모양새가 됐다. 실질적으로 '건국전쟁'은 제작비 약 3억 원이 든 저예산 다큐인데다가, 사전 홍보 및 프로모션도 대대적으로 진행하지 않아 개봉 전까지 흥행은 후순위, 존재감 자체가 미비했다.
또 작품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역사적인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소재로 내세우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소수의 의견조차 호불호 섞인 반응이 상당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특정 관객들에게 집약적으로 어필 되는데 성공, 이들이 직접 영화관을 찾으면서 무려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극장 통계에 따르면 '건국전쟁'을 관람한 대부분의 관객은 건국 1세대들의 희생 및 투쟁에 공감한 고연령층이다. CGV 연령별 예매 분포는 20대 관객이 8%임에 반해 50대 경우 45.4%다. 성별 예매 분포는 여성 51.2%, 남성 48.8%로 비슷하다.
또한 '건국전쟁'의 깜짝 흥행에는 여당 지도부들의 관람 후기 릴레이도 한 몫 했다. 김영식 박수영 국민의힘 위원들은 물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등은 본인 SNS 계정을 통해 관람평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연휴 막바지 대중의 시선을 사로 잡고 곧바로 도마 위에 오른 건 가수 나얼의 호평 후기다. 나얼은 12일 자신의 SNS에 '건국전쟁' 포스터 및 성경책 사진을 올리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그 안에 굳게 서고 다시는 속박의 멍에를 메지 말라. (갈라디아서5:1)킹제임스 흠정역'이라는 글을 남겼다.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낸 사실상 정치적인 목소리에 네티즌들은 '용기가 대단하고 신앙심이 투철하다' '경솔하게 정치적 취향을 드러냈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고, 제주 4.3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길 바란다'는 당부를 더하기도 했다.
이슈가 이슈를 낳으면서 예상 못한 2월의 흥행 복병이자 문제작이 된 '건국전쟁'. 반짝 주목을 받고 사라질지, 화제성과 함께 장기 흥행을 지속할지는 지켜 봐야 할 전망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