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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금동대향로에 열광하는 MZ…”굿즈 사러 박물관 가요”

입력 2024-02-06 18:01 수정 2024-02-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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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대향로' 미니어처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백제금동대향로' 미니어처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힙트래디션'.

유행에 밝다는 의미의 '힙(hip)'과 전통을 의미하는 '트래디션(tradition)'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전통문화를 젊은 층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해 즐기는 최근의 트렌드를 나타내는데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의 굿즈(Goods·상품), 일명 '뮷즈(뮤지엄+굿즈)'의 인기입니다.

따분한 유물로 여겨졌던 반가사유상·금동대향로는 미니어처 상품으로 재탄생했고, 전통화 속 선비들은 술잔에 새겨졌습니다. 이 굿즈들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없어서 못 파는 요즘 '뮷즈'들…지난해 매출액만 149억

차가운 술을 부으면 컵에 그려진 선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사진=이지현 기자〉

차가운 술을 부으면 컵에 그려진 선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사진=이지현 기자〉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상품 중 가장 인기는 '취객 선비 변색 잔 세트'입니다.

선비가 그려져 있는 작은 잔에 차가운 술이나 물을 따르면 선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데요.

단원 김홍도의 '전 김홍도 필 평안감사향연도'에 나오는 취객 3인방을 모티프로 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시온 안료로 힙한 감성을 더했습니다.

최근 SNS에서 이 술잔이 화제가 되면서 찾는 사람도 급증했습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박물관 측은 매달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1일 시작된 2월 예약판매에서는 1분도 안 돼 준비한 물량이 모두 완판됐습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장은 “지난해 12월 상품이 출시된 이후 인기가 너무 많아 물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며 “2월에는 온라인 판매 물량을 2000개까지 늘렸는데도 1분도 안 돼서 품절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주기적으로 재입고를 하고 있는데, 입고 되면 하루 만에 물량이 다 나간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 미니어처 굿즈. 향도 피울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백제금동대향로' 미니어처 굿즈. 향도 피울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백제시대 유물인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를 본뜬 미니어처도 인기입니다. 실제 유물을 절반 정도 크기로 정교하게 3D 프린팅해 다양한 색을 입혀 제작했습니다. '향로'라는 원래 기능을 살려 뚜껑을 열어 안에 향을 피울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죠.

가격은 9만 9000원. 꽤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일부 색상은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최근 10년 동안 출시된 뮷즈들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출시된 이후 3만 개 넘게 팔렸는데요.

특히 그룹 BTS의 리더 RM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소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국립박물관 뮷즈 매출도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 매출액은 14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27% 성장한 수치였죠.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젊은 층이 뮷즈에 열광하는 이유


인기를 주도하는 건 젊은 층입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구매자 중 20대는 12.7%, 30대는 48.7%에 달했습니다. 20~30대가 전체 구매자의 6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젊은 세대가 뮷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힙한 디자인'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에서 만난 대학생 강윤정 씨는 “최근 SNS에서 박물관 굿즈들이 많이 보이더라”며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도 있고 디자인도 예뻐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와봤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박물관 굿즈들은 실물 크기로 제작된 '복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유리관에 보관돼 실제 유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죠. 수요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크게 이목을 끌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출시를 기점으로 오브제로 쓰기 좋은 미니어처 굿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미경 팀장은 “지난 2019년쯤부터 박물관 굿즈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2022년에 '뮷즈'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면서 “또 매년 굿즈 디자인 공모를 받고 있는데 최근 들어 뮷즈 인기가 커지자 공모 참여자도 늘고 있고, 좋은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젊은 세대가 관심을 많이 갖다 보니 저희로서도 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실용성 있는 상품들을 발굴하고 제작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가사유상을 모티프로 만든 토우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반가사유상을 모티프로 만든 토우 굿즈. 〈사진=이지현 기자〉

“전통문화는 힙한 것”…인식이 달라졌다


전통문화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바뀐 점도 한몫했습니다.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니라 힙한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데요.

대학생 양혜원 씨는 “요즘은 전통문화가 확실히 힙하다는 느낌이 있다”며 “댕기 모양 머리끈을 하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화보를 봐도 노리개로 장식을 한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사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K-콘텐트나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그 연장선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다”며 “SNS 등을 통해 한국만의 전통문화가 공유되고 화제가 되면서 젊은 층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희소성이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이목을 끄는 것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로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며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굿즈들이 흔치 않고 SNS에서도 주목을 받다 보니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소장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뮷즈 인기 끌자 박물관 관람객도 늘어

평일에도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20대 대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사진=이지현 기자〉

평일에도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20대 대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사진=이지현 기자〉


뮷즈의 인기 덕에 박물관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뮷즈를 사러 박물관을 찾았다가 전시를 보기도 하고, 전시를 보러 왔다가 뮷즈를 본 뒤 다른 전시에도 관심을 갖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인기를 끌면서 박물관의 반가사유상 전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반가사유상 두 점을 동시에 전시한 '사유의 방'이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끈 겁니다.

김미경 팀장은 “확실히 뮷즈가 인기를 끌고 난 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도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의 방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년 4회 정도 특별전을 진행하는데 그때마다 굿즈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유물이 접근성도 떨어지고 박물관 전시실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품화되고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물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고 교수는 “그 관심이 다시 박물관에 있는 실제 유물과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져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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