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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지 계속되는 여론조사·선거운동 전화…안 받는 방법 없나요?

입력 2024-01-29 17:59 수정 2024-01-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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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AFP/연합뉴스〉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AFP/연합뉴스〉

# A씨는 최근 '02'로 시작되는 여론조사 전화를 하루에 10통 가까이 받았습니다. 스팸·광고 전화를 알려주는 앱을 설치해 놔 여론조사인 걸 알고 받지 않았지만, 밤 9시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전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서울 양천구에 사는 B씨는 최근 세종·춘천·진주 지역 등 여러 지역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응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B씨는 "연고도 없고 아무 관계 없는 지역인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 오는지 모르겠다"면서 "매번 차단해도 쏟아지는 문자에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A씨와 B씨만의 일은 아닙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카페에서는 여론조사와 선거운동 문자 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누리꾼들은 '너무 늦은 시간에도 와서 짜증 난다', '차단해도 번호 한두개만 바꿔서 계속 온다', '자영업자라 전화 올 때마다 급히 받는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정말 화난다', '고3이라 대학 추가합격 연락을 기다리는데 여론조사 때문에 피가 마른다'는 등 비판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오는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를, 각 지역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고 있는 건데요.

도대체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하는 걸까요? 또 유권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요.
 

'여론조사'는 이동통신사가 주는 가상번호로 연락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때 여론조사기관은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유권자 번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번호가 아닌 '가상 번호'를 받게 되는데요. 이통사들은 성별·연령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05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하게 됩니다.

정당이나 여론조사 기관은 이통사에게 비용을 지불한 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생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비용만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셈이죠.

이때 알뜰폰 가입자는 가상번호 제공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렸을 경우일 겁니다. 여론조사기관이 010 뒤에 있는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걸기도 하기 때문이죠.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화와 선거운동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후후 앱 캡처〉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화와 선거운동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후후 앱 캡처〉

전국에서 날아오는 선거운동 문자들…왜 나한테까지?


B씨의 사례처럼 거주 지역이 아니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갑작스럽게 선거운동 전화나 문자가 오는 건 왜일까요.

그건 해당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화번호를 모아 문자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선거 캠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통 지역의 배드민턴 동호회나 조기축구회, 산악회 등의 각종 모임 연락망을 확보한다"며 "캠프 내부에서 각자가 보유한 개인 연락망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의 각종 모임과 동호회, 종교단체 등을 통해 연락처를 확보하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단체 회원들의 지인 연락처가 무분별하게 공유되기도 하는 겁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급할 땐 브로커를 통해 주차된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를 모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관계없이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문자가 날아오는 이유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무분별하게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막을 수 없죠.

투표 독려 전화나 문자를 하는 데에도 사실상 제한이 없습니다.

문자의 경우 20명 넘는 사람에게 동시에 단체 문자를 보내는 건 유권자 한 명당 최대 8번까지만 가능하지만, 20명 이하는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문자 발송 대행업체들이 20건씩 나눠서 문자를 보내면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겁니다.

허술한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의 개인정보가 떠돌고 있지만 법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상민 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 근거를 마련하고, 선거구민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수집하면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문자메시지 발송에 제한을 둬 오후 10시~오전 6시까지는 보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지역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문자가 쏟아지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총선을 앞두고 여러 지역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문자가 쏟아지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피로감 쌓이는 유권자들…대응 방법은?


여론조사 전화의 경우 이동통신사를 통해 번호 제공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은 1547, KT는 080-999-1930, LG유플러스는 080-855-0016으로 전화하면 이통사들이 여론조사기관에 가상번호 형태로 내 번호를 제공하는 걸 거부할 수 있는데요.

본인이 가입한 통신사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귀하의 전화번호 수신거부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 뒤 가상번호 제공이 차단됩니다.

선거운동 문자나 전화는 여론조사 전화처럼 원천 차단은 어렵습니다.

연락 오는 후보들의 번호를 일일이 차단하거나, 후보들 문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비후보'·'무료수신거부' 등의 문구를 스팸 문구로 지정해 차단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또 선거운동 문자 하단에 '080'으로 시작하는 무료수신거부 전화번호가 있는데요. 여기에 전화해 수신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후보마다 수신을 거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의심되면 118·1390에 신고


선거운동 전화를 받았다면 내 전화번호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출처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선거사무소에서 출처를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거나, 제3자로부터 수집했다고 대답하는 경우, 무시하는 경우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해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유권자들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상담센터 118이나 선거관리위원회 1390에 전화해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 같다고 신고할 수 있는데요.

다만 처벌이 잘 이뤄지진 않는 게 현실입니다.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수집되고 관리된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선거사무소, 후보자에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단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수집한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데 따른 처분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공직선거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영역이 분명하게 정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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