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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쓰레기에 소음까지…문무대왕릉 점령한 '무허가 굿판'

입력 2024-01-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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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국을 통일한 신라 문무대왕의 바닷속 왕릉이 무속인들에게 명당으로 소문이 나 틈만 나면 왕릉 주변에서 굿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사적지를 보러 왔다 뜻밖의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울산시의 신불산입니다.

타버린 초와 주변엔 탄 흔적이 보입니다.

[등산객 : (무속 행위) 자주 봤죠. 촛불이 그 폭포 밑에 버려져 있는 걸 내가 나뭇가지로 해서 끄집어내기도 하고 그걸 버리면 촛불 자체를 버리면 안 되잖아요.]

산 뿐만 아닙니다.

넓게 펼쳐진 바다 위에 돌무더기가 보입니다.

국내 유일한 수중 왕릉, 사적 158호 문무대왕릉입니다.

경북 경주시의 봉길리 해변입니다.

문무대왕릉으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눈길을 발 아래로 돌려보면요.

까마귀떼들이 돼지머리를 뜯어 먹고 있습니다.

굿을 할 때 쓰고 버려진 겁니다.

주변에선 음식을 준비하고, 굿이 한창인 모습도 보입니다.

이 안내문을 보면 첫 줄부터 사적지 내 무속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불법 천막 및 지장물 설치를 금지한다고도 되어 있는데요, 바로 옆에서는 굿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씨/무속인 : 이 길에 안 가면 뭐 먹고 삽니까. 이 길 안 왔으면 다른 일 해가지고 먹고 살지요.]

썼던 걸로 보이는 도구들, 술병들이 나뒹굽니다.

해안선을 따라서 천막들이 쳐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굿을 하기 위한 것인데 허가받지 않고 설치된 것들입니다.

이 천막 아래를 살펴보면요, 글씨가 써 있는 바가지와 무언갈 깔았던 걸로 보이는 깔개, 그리고 술병, 다 타버린 초가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립니다.

[정대성/대구 수성구 시지동 : 관광지에서 굿을 한다고 하는 거 보니까 일단 이미지상으로 보기가 안 좋더라고요. 자기 쓰레기 자기가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으니까…]

이 부근은 무속인 사이에서 효험이 좋다고 알려지며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4년 전 경주시가 나서 천막을 모두 철거했지만 그대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B씨/무속인 : 무조건 막을 생각만 하지 말고 막는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한 코너를 마련해주라…]

경주시는 지금으로선 무속인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만들 계획은 없지만 지역주민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면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속 신앙은 나와 가족의 안녕을 비는 오랜 전통 문화입니다.

하지만 후세에 남겨야 할 문화재 공간까지 훼손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넘어선 거죠.

지킬 건 지켜야 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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