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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G도 '호화 출장' 논란…업무시찰 가서 크루즈·열기구 체험

입력 2024-01-24 20:13 수정 2024-01-24 20:50

'부부 동반' 관광, 현지 직원이 가이드
현직 사외이사 "정당한 목적의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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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동반' 관광, 현지 직원이 가이드
현직 사외이사 "정당한 목적의 출장"

[앵커]

포스코홀딩스 임원들이 전세 헬기까지 동원한 호화 해외 출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KT&G 역시 매년 사외이사들이 해외에 업무 시찰을 간다면서 관광을 즐겨온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유명 관광지를 돌고, 크루즈 여행을 하고, 열기구를 타기도 했습니다.

먼저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바닷가에 식당이 늘어서 있습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보입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근 유명 휴양지인 부육아다 섬입니다.

KT&G의 사외이사들이 해외 출장 시 방문한 곳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KT&G 전·현직 사외이사들의 해외 출장 관련 문건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해외 출장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업무 시찰을 한다며 KT&G의 해외법인이 있는 나라에 갔습니다.

특히 튀르키예를 자주 방문했는데 짧게는 8일, 길게는 12일 일정이었습니다.

출장 일정표를 보면 법인장 보고를 받은 날을 빼면 나머지는 대부분 관광입니다.

시내를 시작으로 부육아다 섬에서 마차 투어를 즐기고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도 탔습니다.

지난해 한 현직 이사는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도 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법인이 없는 다른 나라를 경유할 때도 많았습니다.

2014년에 한 전직 이사는 이태리 로마와 밀라노에 들러 5일 동안 개별 일정을 소화한 뒤 튀르키예로 넘어갔습니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법인 시찰에 나선 모 이사도 이태리 카타니아와 나폴리에 먼저 들러 개별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KT&G는 "개별 일정이 껴있을 경우 항공권과 숙박료는 사외이사 개인이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건에는 개별 일정 기간 숙박비와 매일 500달러씩 일비도 그대로 받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 소식 취재한 박준우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외이사들이 개인 일정들은 자신들이 비용을 냈다, 이렇게 해명을 했지만 항공료, 숙박비, 일비까지 회삿돈이 들어간 거잖아요. 뭐라고 설명합니까?

[기자]

연락을 받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였고요. 

받더라도 "정당한 목적으로 출장을 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A이사 : 취재에 응할 수가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B이사 : 인삼공사 견학하고 공장 방문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 일정도 그렇게 길지 않았고요.]

KT&G 역시 "적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업무수행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명확한 해명으로 들리지는 않는데, 이런 관광 일정들을 사외이사들만 간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부부 동반으로 가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심지어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 배우자가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 경우에는 부부가 함께 관광을 다닌 건가요?

[기자]

해외법인이 없는 국가에 아예 관광 목적으로만 들른 경우도 있었는데요. 

2012년에 모 이사는 이태리 로마와 나폴리, 그리스 아테네 등을 배우자와 함께 순수 관광 일정으로만 다녀왔고요.

현직인 모 이사도 2018년에 튀르키예와 그리스로 부부 동반 출장을 떠났습니다.

해당 이사는 한 지자체의 규제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요. 

2022년에도 이집트 등을 배우자와 함께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혼자서 스페인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스, 이집트, 스페인 모두 KT&G 해외법인이 없는 국가들입니다.

[앵커]

이런 일정들에 회삿돈이 들어간 것도 문제지만, 회사 직원이 동원된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지난 2014년 한 사외이사는 부인과 미국으로 동반 출장에 나섰는데요.

KT&G의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의 현지 직원들이 부부의 가이드와 기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부가 LA시내 등을 돌아봤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메일을 보면요. 

"사모님이 쇼핑도 좋아하시고 이사님도 명품 브랜드 빠삭하게 아시는데다 돈 쓰는 거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시는 것 같다. 덕분에 ○○씨는 하루 종일 운전하고, 저는 사모님과 이사님 옆에 찰싹 붙어서 찍사를 했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회사 돈을 쓰면서 관광하듯이 출장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런 출장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거죠?

[기자]

KT&G 관계자는 "내부 임직원의 조직적인 문서 조작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관광 패키지 상세 내용은 빼고 오로지 업무 중심으로 허위 출장 일정표를 만들어 보고한다는 건데요.

"보안 때문에 이메일도 안되고 종이 서류로만 보고했다"고 합니다.

[화면출처 유튜브 'my delicious trips' / 영상디자인 송민지 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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