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버스 터미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대체 교통수단이 늘면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겁니다.
사라진 터미널 주변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조해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 때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이원재/송탄 주민 : 학교 다닐 때부터 학교 다니는 것도 시내버스 타는 것도 터미널 중심으로 다녔지. 터미널에서 내려오면 극장 구경 영화 구경하고 또 집에 가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박순구/전 송탄터미널 관리소장 : 주말에는 한 2만명가량 되다 보니까 주말에는 차도까지 넘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김밥은 필수였습니다.
[구광모/2002년 김밥집 개업 : 소풍날 되면은 뭐 봄하고 가을하고 출발하기 전에 저희 집에서 항상 김밥을 맞추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34년 전 문을 연 평택의 송탄 버스터미널입니다.
전국 곳곳을 오가면서 송탄 주민들의 발이 되어줬던 곳인데요.
최근 적자로 문을 닫아서 손님들로 북적이던 대합실은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시민들은 낯설기만 합니다.
[송탄 주민 : 운동 나왔다가, 아무리 찾아도 (터미널이) 없어요.]
가까운 곳에 임시 정류장이 있지만 예전만 못합니다.
[송탄 주민 : 있어야 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굉장히 불편해한다고. 쓸쓸하죠. 다 그냥 옛날 같지 않고, 너무 허망하죠.]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 정돕니다.
[구광모/2002년 김밥집 개업 : (기사님들도) 그만두시고 왜 그러냐면 노선이 사라졌으니까 막막하잖아요. 이제 그런 거 보면 남 일 같지 않고…폐업하고 나서 많이 한산해졌죠.]
1년 전 먼저 문을 닫은 성남 버스 터미널 주변도 마찬가집니다.
손님들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승차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출입이 통제돼 있고 불도 완전히 꺼져있습니다.
좀 더 안 쪽으로 들어와보면요. 옷 가게와 음식점들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고 임대 문의도 곳곳에 붙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분식집 한 곳이 불을 밝히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식집 : 혹시라도 좀 (다시 터미널이) 문 열까 싶어서 남아있는 거지. 복구될까 싶어서…]
버스 기사들도 쉴 곳을 잃었습니다.
[버스 기사 : 화장실도 폐쇄해놨고 저쪽에 화장실도 멀고. 길에서 쉬는 거 하고 주차장에서 쉬는 거 하고 다르죠.]
이렇게 문을 닫은 터미널인 최근 5년 동안 31곳이나 됩니다.
[한수/고양 화정터미널 상인 : 옛날이 그립죠. 때가 되면 뭐 명절 때, 때가 되면 시골을 오가는 그 보따리상 보따리 싸들고…]
[모자 가게 : (터미널 폐업 이전에는) 그때는 눈코 찾을 수가, 정신없지. 이렇게 얘기할 시간이 어디 있어? 없어.]
터미널은 단순히 버스가 오가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이 연결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터미널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