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어디서 많이 본것들인데"…기시감 가득 한동훈식 정치개혁 카드'[애널라이즈 정치]

입력 2024-01-16 17:29 수정 2024-01-26 16:5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CBS 라디오):
“그거는 과거부터 쭉 얘기나오던 얘기지 그게 새로운 얘기가 아니에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 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지역의 보궐선거 무공천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의원 정수 50명 축소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해 손발이 묶여있는 사이, 한 위원장이 발 빠르게 정치개혁 카드를 던져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민주당이 자기들 방어를 위해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먼저 실천하겠다”며 “앞으로 셋째 넷째 정치개혁 시리즈를 계속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식 정치개혁 카드'의 소구력이 크지 않을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 위원장이 내놓은게 대부분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것들이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안철수가 '새정치' 외치며 10여년전 던진 '의원 축소'

실제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정치개혁 단골 메뉴'입니다. 지난해 6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주장했습니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지난해 11월, 2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수 10% 감축을 주장했습니다.

인사말 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6 [공동취재]   soonseok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사말 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6 [공동취재] soonseok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의원 정수 축소를 '정치개혁 이슈'로 주장한 대표적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국회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 정원 축소 주장은 '정치 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끊이지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과 정치 개혁은 별개란 주장입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SNS에 “국회의원 숫자 줄여 50명 빼는 게 정치혁신이면 100명 줄인다는 안철수, 200명 줄인다는 허경영은 그야말로 정치9단이고 정치고수이자 정치개혁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이라며 “기왕 하시는 거 국회의원 50명 한다 그러시지 그랬냐”고 적었습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고유 권한을 무시한 주장이란 목소리도 큽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오늘(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 100명을 줄이면, 우리나라 예산을 생각해볼때 의원 한사람이 거의 5조원을 감사해야하는데 불가능하다”며 “정치 혐오에 편승해 정책을 내면 망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때문에 '의원정수 축소'는 정치개혁 이슈라기보다 주로 보수계열 정당의 아젠다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는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며 “과거 안철수 의원 등이 무책임하게 내놓은 구호를 답습하는 게 정치 개혁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불체포 특권 포기도 식상…김웅 “포기못해” 불출마

한 위원장이 제일 먼저 내놓은 '불체포 특권 포기'도 식상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고,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식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식을 하고 있다. 2023.6.21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식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식을 하고 있다. 2023.6.21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불체포 특권 포기도 여야 할 것 없이 수없이 약속해온 사안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당 혁신위원회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안해 지도부가 수용하기도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6월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불체포 특권 포기 자체에 대한 반발도 여전합니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을 권리로 헌법 44조에 적시돼있습니다. 즉, 헌법을 개정해야하는 사안이므로 자발적인 포기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며 “공천권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겠다”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무공천ㆍ세비 반납도 “어디서 많이 본것들인데”

한 위원장이 2,3호로 내놓은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귀책사유 발생시 보궐선거 무공천'도 여러번 나왔던 겁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이미 21대 국회 개원 초기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의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세비 반납을 운운하며 민주당에 답을 요구하기 전에 검찰 특수활동비부터 공개하게 하라”고 맞받았습니다.

귀책사유 발생시 무공천 공약도 민주당이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대선 직전 2022년 1월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과 함께 귀책사유가 있는 보궐선거 지역 후보 무공천을 내걸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이미 당헌 96조 ②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ㆍ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당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것으로 '문재인 혁신안'으로 불립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이 당헌을 뒤집고 후보를 냈다 참패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무공천 원칙을 뒤집으려고 당헌 96조에 '전 당원 투표' 단서를 추가해 꼼수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D-1, 파이널 유세 총집결한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및 당내 인사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김태우 후보 당선을 위한 파이널 유세를 하고 있다. 2023.10.10   d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D-1, 파이널 유세 총집결한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및 당내 인사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김태우 후보 당선을 위한 파이널 유세를 하고 있다. 2023.10.10 d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의힘도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후보로 냈다가 약 17% 차이로 대패했습니다. 당내에서도 공천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 전 구청장을 특별 사면 및 복권까지 해줬고, 당은 결국 재공천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귀책사유 발생시 무공천'을 약속하면서도 정작 강서구청장 선거에 대해선 공식 사과나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JTBC에 “한 위원장은 새로운 정치개혁 방안이라며 여러 카드를 내놓고 있는데, 대부분 기시감이 있는 것들이라 얼마나 신선하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