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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도 청년'이라는데…청년 나이 34→39세 확대될 수 있을까

입력 2023-12-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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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년을 몇 살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A. 32.9세.

지난 202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청년을 32.9세까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조사에서는 29.5세였는데, 점점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몇 살까지를 의미하는 걸까요?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34세…의령군에선 49세도 청년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34세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34세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법적으로 청년은 34세까지입니다.

지난 2020년 만들어진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실상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19~39세를 청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별로 보면 청년 나이 기준은 더 천차만별입니다. 충북 보은·경남 남해·충남 태안은 청년을 45세까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도봉구는 청년을 45세까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49세를 청년으로 보는 곳들도 있는데요. 전남 고흥·경북 봉화·경남 의령군 등이 49세까지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있죠.

지역마다 청년 나이 기준이 다른 건 청년기본법에 있는 단서조항 때문입니다.

'청년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각 지자체 조례에서 청년 연령을 정의하는 대로 청년 연령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에서는 청년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청년 연령을 49세까지 높이기도 하는 겁니다.

의령군 관계자는 “지역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 나이를 49세까지로 확대해 청년 정책 수혜 대상을 넓히려고 했다”면서 “군내에 있는 젊은 층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년 범위를 넓혀 여러 혜택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년기본법상 연령 상한, 39세로 높여야” 건의안 나와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을 39세로 높이자는 내용의 건의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을 39세로 높이자는 내용의 건의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청년기본법 개정 촉구 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건의안은 현재 34세로 되어 있는 청년 상한 나이를 39세로 높이자는 내용입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국민의힘 소속 이상욱 시의원은 “청년이 주요 정책 대상이 되고 있는데 법에서 정의하는 청년 기준이 어려 혜택을 받는 청년이 많지 않다”면서 “또 경계점에 있는 연령층에는 불이익마저 줄 수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미 많은 광역단체들이 조례에서 39세를 청년 나이로 정하고 있는 만큼, 정책 혼선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나이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본회의를 통과한 건의안은 대통령실과 국회, 국무조정실에 전달됩니다.

관련 논의가 서울시의회에서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청년기본법상 청년 나이 상한을 39세로 올리는 법안이 두 건 발의됐는데요.

지난해 6월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 연령 상한을 39세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지역별 청년 나이 기준도 모두 통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청년 연령 상한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한 살씩 높여 39세까지 올리자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청년기본법 개정안 국회 통과 가능성은?


하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지난해 발의된 법안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상정되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논의가 지금 당장 시작된다고 해서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될 가능성도 작습니다.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인데요.

정무위는 검토보고서에서 “청년의 연령 범위가 확대될 경우 대상 집단 내 연령대 간 다른 특징이 존재해 단일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19세와 39세를 청년으로 묶기엔 가치관이나 사회 경험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정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검토보고서는 “청년 연령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관계부처 논의 및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국무조정실은 보고 있다”면서 “또 (개정안 내용대로) 청년 연령 기준을 획일적으로 통일할 경우 정책 수행 과정에서 행정 편의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내년 4월이 총선임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해외에선 20대까지를 청년으로 봐…“연령 상향은 바람직하지 않아”

취업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쓰는 청년. 〈사진=연합뉴스〉

취업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쓰는 청년. 〈사진=연합뉴스〉


청년을 30대까지로 보는 것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 청년 정책의 성격을 띠는 해외의 '유스(Youth)' 정책에서는 청년을 20대까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는 청년 통계를 15~24세 기준으로 내고 있습니다.

독일의 아동·청소년 지원법에서는 청년을 18세 이상 27세 미만으로 보고 있죠. 프랑스도 청년 연령 구분을 26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도 정책에 따라 수혜 대상 연령은 다르지만, 법적으로는 청년을 30세 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49세까지도 청년으로 보고 있는 셈이죠.

또 아무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청년 나이 기준을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입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뒤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성인기 이행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 30대 초반까지는 청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30대 후반까지를 청년으로 보게 되면 같은 청년 계층에서 내부 이질성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졸업과 취업, 독립이 최대 이슈인 20대~30대 초반과 달리 30대 후반은 자녀 문제 등을 고민하게 되는 나이라는 겁니다. 이질적인 이들에게 하나의 청년 정책을 추진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성인으로의 이행기를 거치고 있는 청년에 대한 지원 정책은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30대 후반~40대를 청년으로 묶어 지원하는 건 오히려 다른 성인 연령대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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