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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뛰어든 윤 대통령...삼성전자, ASML과 '첨단 공정' 함께 개발

입력 2023-12-13 07:23 수정 2023-12-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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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네덜란드가 ASML이 독점 공급하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활용해 미래인력 교육과 첨단 기술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라고 했습니다.

이런 합의는 윤 대통령이 현지시각 오늘(12일) 오후 빌럼-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 본사를 찾은 자리에서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오전에는 빌럼 국왕이 주최한 공식 환영식과 친교 오찬 등 국빈 방문 공식 일정에 참석했습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장비' 활용해 공동 교육·연구

윤 대통령이 ASML 본사를 찾은 핵심 목적은 ASML이 내년부터 생산할 예정인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EUV 노광장비는 현재 가장 정밀한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장비입니다. 한 대에 2~3천억원을 호가하는데, ASML은 이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해 '슈퍼을'로 불립니다.

이번 방문에서 체결된 MOU(양해각서)에 '미국이나 대만보다 한국 기업에 먼저 차세대 EUV 장비를 공급한다'는 직접적 문구는 없습니다. 우리 기업이 공급 우선순위를 차지할 거라고 확신하긴 어려운 겁니다. 다만 "이번 반도체 동맹으로 이전보다 유연하게 장비를 조달하는 데 있어 이점이 있을 것(이종호 과기부 장관)"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입니다.

일단 삼성전자가 ASML과 함께 차세대 EUV 장비를 활용한 초미세 반도체 생산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1조원을 함께 투자해 한국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만들기로 한 겁니다. 차세대 장비를 활용한 기술을 연구하려면 차세대 장비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첨단 장비의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이 제조 기업과 함께 해외에 제조 공정 연구센터를 만드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양국 정부도 두 나라 대학원생에게 반도체 생산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교육에도 ASML이 생산하는 최첨단 장비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ASML과 공동 기술 개발 MOU를 맺었습니다. EUV 장비로 웨이퍼(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길 때 생기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수소 가스가 쓰이는데, 이를 그냥 태워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차세대 EUV 생산 현장 '클린룸'을 시찰한 것 역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걸로 평가됩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둘러보며 작업 중인 노동자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사진취재단〉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둘러보며 작업 중인 노동자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사진취재단〉


◆반도체 패권 경쟁 속 '공급선 다변화'

이번 ASML 방문의 또 다른 키워드는 '공급선 다변화'입니다. 웨이퍼에 빛을 쏴 회로 길을 내는 '노광 장비'가 반도체 공정의 핵심이긴 하지만, 그걸로 공정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길이 아닌 부분을 깎아내고(식각), 불순물을 씻어내고(세정), 전기가 오가도록 길을 포장(증착)하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ASML 방문을 계기로 ASML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인근 국가의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 기관들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ASM은 증착 장비의 주요 제조사로 꼽힙니다. 또 렌즈 제조업체인 독일의 칼자이스(Zeiss)는 EUV 공정에 필수인 특수 거울을 독점 제작해 '슈퍼 병'으로 꼽힙니다. 반도체 연구기관으론 벨기에의 IMEC도 참석했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협회 사무국장은 "반도체 생산 장비와 소재는 지금까지 대부분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의존해 왔다"며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이 미-중 패권 경쟁을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사이에서도 경쟁하는 체제로 변해가고 있는 만큼, 유연한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는 겁니다. 다만 여전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제작 장비와 소재를 확보하는 건 남은 과제입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사진=연합뉴스〉


◆'동맹 수준' 협력 유지는 과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으로 우리나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화된 협력 체제가 '동맹' 수준을 유지하도록 갈고 닦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뤼터 총리가 현재 내각 총사퇴 이후 과도 정부를 이끄는 상태라는 점도 걱정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반도체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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