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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때 김만배는 수첩에 썼다…"성태 천만불 북에"

입력 2023-12-12 07:00 수정 2023-12-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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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보이는 이 수첩은 작년 7월 구치소에 있던 김만배 씨를 정 모 변호사가 접견하면서 김 씨 말을 받아쓴 내용입니다.

오른쪽 위에 한국일보 7/7일 보도라는 글씨가 보이시죠?

김만배씨가 이 보도를 보고 나서 변호인에게 이걸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변호인은 김 씨 말을 받아쓴 거죠.

먼저 이 부분을 보시겠습니다. 〈성태 천만불 북에 이화영을 통해〉

이게 참 이상하거든요. 이 수첩이 작성된 건 작년 7월이죠.

그런데 대북송금 사건이라는 게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10월부터란 말이죠.

포털에 기사 검색을 해보면요.

'김성태가 북한에 돈을 보냈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는 건 10월이 넘어서부터입니다.

사실 정확히 북한에 경기도 사업비를 대신 보냈다는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 건 11월 이후거든요.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요. 대북송금이 아니라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를 대신 내준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을 보도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김만배 씨, 뜬금없이 “그게 아니야 김성태가 천만불을 이화영을 통해서 북한으로 보냈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거 이상하지 않나요? 우연히 맞췄을까? 아니면 예지력이 있었을까?

그런데 너무 구체적이거든요 '성태, 1천만불 北에'라고 적혀있는데, 대북송금은 이 시기,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었어요.

금액까지 1000만불로 정확하게 적었는데 이게 정말 이상하거든요.

김성태 전 회장은 올해 1월 체포되면서, 그러니까 이 수첩이 쓰인 지 6개월이 지난 뒤죠.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보낸 돈이 800만 달러였다”고 진술했거든요.

그런데 올해 2월쯤에야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1000만 달러 정도 보냈다”고 말해요.

이게 다 올해 알려진 내용인데, 수첩을 작년에 썼습니다.

김만배씨는 미리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화영 전 부지사'의 이름까지 나와요.

이 전 부지사는 실제로 이후에 쌍방울에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요.

그런 뒤에 경기도 사업비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북한에 보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김만배 씨가 말한 게 다 실현이 된 거죠.

대북송금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쌍방울 안에서도 정말 조심스럽게 이뤄졌거든요.

중국으로 가서 외화를 카레 봉투에 꽁꽁 숨겨서 보낼 만큼이요.

그런데 김만배씨는 이 은밀하고도 조용한 작업을 어떻게 정확히 알고 있었을까요.

저희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 메모 위를 보시면요. 총 70억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이 70억이 뭘까.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고 알아봤는데요.

한국일보 7월 7일 기사를 보면 김성태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에서 70억 원을 꺼내 갔다는 대목이 나와요.

기사에 나온 이 70억을 말하는 건가? 물론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만 보기엔 좀 이상하거든요. 총 70억이라고 썼어요.

〈총〉 이라는 단어를 왜 붙였을까.

이거부터 좀 의아했는데 보통 총이라고 하면

여러 번 나눠서 준 돈을 합했을 때 쓰는 거잖아요?

왜 총이라고 썼을까. 김만배 씨만 아는 뭔가가 있는 걸까요... 일단 넘어가고요.

혹시 김만배가 70억원을 빌려준 건 아닐까.

그래서 이 돈이 북한으로 간 건가.

이런 의심도 들었습니다.

만약에 이런 거라면 김만배 씨가 왜 대북 송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미리 디테일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해결이 되죠.

돈을 빌려 가는 사람이 용처에 대해서도 얘길 했을거야라고 생각하면 많은 게 한꺼번에 풀립니다.

김성태 회장은 지금 구치소에 있어서 먼저 쌍방울 고위 관계자부터 접촉해 봤는데요.

“혹시 회장님이 2018년에 김만배씨에게 70억 원 빌린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뉴스룸 11일(어제) 보도]
쌍방울 고위 관계자는 "당시 김 전 회장이 김씨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빌린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는 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어? 돈을 빌린 적이 있어? 2018년에? 우연이라기엔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 전 회장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북한에 보낸 돈은 '개인 돈이다'라고 주장했어요.

회삿돈을 빼서 북한에 보낸 거면 '횡령'이 되는 거라서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개인 돈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하필 쌍방울 관계자는 “회장님이 이 시기에 김만배와 개인적인 돈거래가 있었어”라고 말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돈'이라는 표현이 묘하게 겹치는 거죠.

하지만 저희가 구치소에 있는 김 전 회장에게 편지를 써서 “김만배 씨가 회장님에게 돈 70억 빌려준 적 있느냐”고 물으니 “그런 일 없다”고 답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기사는 또 쓰시라”는 말을 했다는 거죠.

보통 사실이 아니면 기사를 쓰지 말라고 하지 않나...???

김만배 씨와 수첩을 쓴 정 모 변호사도 일단 부인을 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나질 않는다”고 말했고요.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이 수첩 어떻게 입수했어? 공산주의 국가냐. 고소할 거야”라고 말을 합니다.

김만배 씨 본인은 일체 전화도 안 받고 대답이 없었는데요.

강 모 변호사를 통해서 연락이 왔습니다.

“답변할 게 없다”, 이게 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냐, 돈거래가 단 1원도 없었다는 거냐”고 되물었더니 “우연히 1원짜리 거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의미 있는 돈거래는 있지 않다”, 이게 답이었습니다.

뉘앙스가 좀 불분명하죠.

그런데 이 김만배 씨 변호사, 하필 이재명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변호인인 분이네요.

2018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돌아보겠습니다.

쌍방울은 북한에 돈을 보내려 했던 2018년 말이나 2019년에 회사에 돈이 없었습니다.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리는 재무이사 공소장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김성태 회장이 비상장 회사가 대출받는 식으로 외화를 구해달라고 지시를 했다고 해요.

쌍방울 고위 관계자도 “회사 내 주식 담보로도 한도가 꽉 차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회장님이 어디선가 돈을 구해왔다”고 말을 해요.

돈이 없었는데 김성태 회장이 우리 돈으로 거의 100억 원, 1000만 불을 구해 온 겁니다.

알쏭달쏭 의문이 생기죠? 김만배 씨는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대북송금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을까.

김만배 씨가 메모에 쓴 70억의 의미는 뭘까.

김성태 회장은 이 시기 돈이 없었다는데 어디서 돈을 구했을까.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니까 저희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심되는 정황이 보이면 기자로선 물어보는 게 당연한 일인 거니까요.

이 수첩 위편을 보면 30억이 아니라 20억이야. 몇월에 얼마를 누구에게 보냈어.

후배에게 돈을 파킹했어 즉 맡겼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한국일보 지난해 7월 7일자 보도에 보면요 “김 씨가 30억 원을 최우향에게 대여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검찰도 언론도 이 정도로 파악하고 있던 거죠.

그런데 “30억이 아니라 20억이야”라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있습니다.

나중에 검찰 수사를 했더니 사실관계가 맞아 보였고 지금은 기소되어서 재판에 넘어갔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수첩에 쓴 내용이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이러면 지금까지 전혀 별개였던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이를 연결하는 연결점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서로 돌고 돌면서 이어지던 김만배-김성태-이재명 사이에 또 접점이 생긴 거죠.

김만배씨 김성태 회장은 이화영이란 점점이 있고 이화영은 이재명 대표 측근이죠.

김성태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변호사들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영입했고요.

이 변호사들은 이재명 선거법 재판 변호사비를 쌍방울에서 받은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쌍방울 부회장이던 최우향 씨는 김만배 씨의 돈을 숨겨준 혐의를 받고, 최 씨는 이재명 대선 캠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왔습니다.

참 석연찮은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취재였습니다.

이런 의혹을 저희가 들은 그대로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줄 요약하겠습니다.

①김만배씨는 대북 송금 이슈가 터지기 몇 달 전, 구체적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②김만배씨가 불러줘서 변호사가 수첩에 쓴 내용 대부분은 이후 맞는 거로 확인됐다
③70억이라고 썼는데, 쌍방울 관계자는 “회장님이 김만배에게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 있다”고 증언했다
④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경기도 사업비를 북한에 보낼 당시 수중에 돈이 없었던 거로 보인다.

진실은 뭘까요. JTBC에서 계속해서 보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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