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깊이보기] '극단적 선택' 생각하는 청소년이 늘었다...이유는?

입력 2023-12-11 18:06 수정 2023-12-11 18:0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청소년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해봤습니다. 그 결과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지난 2022년 기준 전체의 14.3%로 조사됐습니다. 7명 중 1명꼴입니다.

여학생의 경우는 17.9%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어 남학생(10.9%)보다 비율이 높았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청소년의 비율은 몇 년 전만 해도 떨어지는 추세였습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5년부터 3년 동안은 20%를 넘었지만, 2008년부터 10%대로 하락한 뒤 대체로 내림세였죠.

2020년에는 비율이 10.9%까지 떨어졌었는데, 지난 2년 사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겁니다.

우울감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도 28.7%로 2020년(25.2%)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단절된 관계가 원인…“문제 해결 어려워해”


극단적 선택을 더 많이 고민할 만큼 요즘 청소년들이 더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거죠.

코로나19 당시 감염병 유행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습니다. 정상적인 등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청소년들은 친구들과의 교류가 어려워졌죠.

이는 단순히 관계 단절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또래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한 사회·정서적, 정체성 발달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합니다.

홍현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사회성 발달이 전보다 못하다"면서 "힘든 문제가 있을 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들이 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도 "코로나19 때에는 대면 접촉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원천 차단됐었다"며 "그러니 청소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우울감이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우울증 갤러리', '자해' 등 SNS 발달도 영향


SNS의 발달도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고민을 높이는 원인이 됐습니다.

친구들이나 학교에서의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청소년들이 SNS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권일남 교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나 방법을 모르는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불완전한 정보들에 매몰되게 된다"며 "우울증 갤러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습니다.

우울증 갤러리는 우울증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우울증에 대한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반 자살이나 약물 오남용, 미성년자 성착취까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SNS에서 넘쳐나는 자살·자해와 관련된 콘텐트도 위험 요소입니다. 청소년들이 이를 모방하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8년 청소년 대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다룬 콘텐트가 방영된 뒤 SNS에서는 자해를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당시 방송 이후 청소년들의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속 자해 콘텐트가 청소년에게 '해도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적극적인 발굴·치료 필요”…“스포츠 활동 통해 우울감 줄여야”

〈사진=jtbc 화면 캡처〉

〈사진=jtbc 화면 캡처〉


당장은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연동건 경희대학교 디지털헬스센터 교수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적 문제를 발굴하고 상담하는 프로그램들이 코로나19 이후 대면 상담의 어려움 때문에 끊겼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프로그램들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여자 청소년이나 소득분위가 낮은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타격을 더 크게 받은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상담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치료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이들이 심한 우울감을 느끼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건데요.

권일남 교수는 "청소년기는 성장 환경이 바뀌고 대인관계의 중심이 부모에서 친구로 바뀌면서 우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기"라며 "그 감정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풀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교수는 "스포츠 활동도 좋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해 창의성을 기르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아청소년 전용 병실 등 고위험군 청소년 지원도 필요”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들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홍현주 교수는 "요즘 청소년들이 예전 청소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우울해졌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정신적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의 정도는 전보다 더 심하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한 조현병, 조울증 청소년들이 입원할 전용 병실이 별로 없다"며 "신경 써줘야 할 것이 많은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현실이라, 소아청소년 전용 정신건강의학과 병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학업에 복귀하기 어려운 청소년들, 즉 '중간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이 아이들은 완전히 학교로 돌아간 것도 아니고,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다. 이들이 교육과 치료를 함께 받을 수 있는 형태의 정신건강서비스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