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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만배 수첩 입수 “성태 천만불 북에”...대북송금 출처, 쌍방울 말고 또 있나

입력 2023-12-11 07:00 수정 2023-12-11 07:51

-지난해 7월 작성된 김만배 '접견 수첩' 입수
-대북송금 이슈 터지기 전인데 '액수와 이화영' 적시
-'대장동 사업자 돈' 새로운 송금 출처 떠오를 가능성
-이재명 지사 시절 대북송금 퍼즐 맞출 조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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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작성된 김만배 '접견 수첩' 입수
-대북송금 이슈 터지기 전인데 '액수와 이화영' 적시
-'대장동 사업자 돈' 새로운 송금 출처 떠오를 가능성
-이재명 지사 시절 대북송금 퍼즐 맞출 조각 될 수도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씨 변호인 수첩 [JTBC]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씨 변호인 수첩 [JTBC]



“성태, 1000만 달러 북에. 이화영을 통해”

이 알 듯 말듯한 문구. 무슨 말일까요.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 씨가 지난해 7월 변호사와 접견에서 한 말입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당시엔 세상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란 건 알려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2022년 7월엔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었습니다.

김성태〉 〈대북송금〉, 포털 사이트에 기사 검색을 해봤습니다. 지난해 10월에야 조금씩 북한으로 간 돈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무슨 연유로, 얼마를 보냈는지는 그때까지 아무도 감도 못 잡습니다. 11월이 넘어가자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가 북한에 만들려던 스마트팜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태국으로 도피했던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붙잡혀 온 올해 1월, 경기도 사업비와 이 지사 방북 비용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이 시기, 검찰 수사 결과도 같았습니다.

“김성태가 이화영을 통해 '10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문장이 현실서 드러나는 건 올해 2월쯤입니다. 당사자인 김성태 본인이 “부대 비용 등을 포함해 북한에 보낸 돈을 합하면 800만 달러가 아니라 1천만 달러 정도”라고 진술합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예지력이 있는 걸까요. 주역 보고 만든 회사 이름 덕일까요. 어떻게 6개월 뒤에나 알려질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걸까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수첩엔 '성태 1천만불 北에'

김만배씨 변호인 수첩 중 일부 [영상디자인 정수임]

김만배씨 변호인 수첩 중 일부 [영상디자인 정수임]


먼저 저희가 재구성한 수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수첩, 김만배 씨 변호인 정 모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접견하면서 김 씨가 한 말을 받아썼습니다. 오른쪽 상단 〈한국일보 7/7 보도〉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띕니다. 말 그대로 2022년 7월 7일 자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서 김만배 씨가 설명한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기사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메모 위쪽 〈20억, 우향〉에 대해선 뒤에 다시 풀어보겠습니다. 저희 관심은 일단 메모 아래쪽 〈성태 1천만불 北에〉입니다. 집중해주십시오.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이 수첩이 작성된 지난해 7월,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입니다. 대북 송금 사건은 아직 세상에 튀어나오기 전입니다.

한국일보 7월 7일 기사는 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다루고 있습니다. 2019년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 돈 100억 원이 돌고 돌아 쌍방울 페이퍼컴퍼니로, 이후 김성태 회장은 이 페이퍼 컴퍼니에서 70억 원을 꺼내 갔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면서 혹시 이 70억 원이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로 쓰인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내용입니다.

김만배 씨, 이 기사에 대해 변호사에게 설명하고 변호사는 수첩에 받아 적습니다. 김 씨는 “변호사비 대납이 아니라 대북송금”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그 말, 〈성태, 북에〉 그러더니 액수를 맞춥니다. 〈1천만 불〉 6개월 뒤에야 나올 김성태 진술을 시간여행으로 보고 온 듯합니다. 그런 뒤 사건 관련자도 정확히 적시합니다. 〈이화영을 통해〉 네 맞습니다. 지금 이화영은 지난 2019년에 쌍방울 자금으로 불법 대북 송금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입니다.
 

총 70억 의미는 무엇인가

그런데 수첩에 적은 〈총 70억〉이란 표현이 묘합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가능성,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에서 가져간 70억 원을 지목한 겁니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해석입니다.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 씨의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사업자 김만배 씨의 모습. [연합뉴스]


메모한 변호사에게 당신이 쓴 70억 원이 무슨 돈이냐고 물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속 피고인의 접견교통권을 정면으로 침해했다. 이 나라가 공산국가냐”고 항의했습니다. “해명의 대상이 아니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김만배 씨 본인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변호사를 통해 “답변할 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답변할 게 없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그건 알아서 하라. 답변할 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두 번째 가능성, 김만배 씨 돈 〈총 70억〉이 김 전 회장에게 갔고 그걸 메모한 거라고 보는 겁니다. 7월 7일 자 한국일보 기사는 김만배 돈 100억 원이 쌍방울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본 김만배 씨가 “아니야. 흘러간 돈은 100억 원이 아니고 총 70억 원이야”라고 설명했을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추측의 영역입니다. 다만 이러면 성남시 대장동 사건이 경기도 대북 송금 대납 사건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김 씨와 김 전 회장에게 실제 돈을 빌려주고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둘 다 “돈 거래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김만배 씨 측 변호사는 "의미 있는 돈거래는 없다"고 표현했고요. 쌍방울 고위 관계자 A씨는 “돈거래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회장님이 김만배 씨에게 70억 원을 개인적으로 빌린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개인적인 거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의 착오인지 서로 말이 안 맞는 건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2018, 2019년 김성태는 돈이 없었다”

이른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에 경기도 사업비와 이재명 지사 방북비를 대신 보낸 의혹입니다. 아직 1심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1천만 달러를 보내려면 수중에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를 모아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나옵니다. “당시 김성태 전 회장이 그만한 돈이 없었다”는 정황입니다.


쌍방울 '금고지기'이자 김 전 회장의 처남인 김 모 재무이사의 공소장을 살펴봤습니다.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당시 비상장 회사가 대출을 받는 등 방법으로 외화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쌍방울 그룹 회사들은 현금 여력이 없었습니다. 쌍방울 고위 관계자 B씨는 “주식 담보로도 한도가 꽉 차 있었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대출도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이 B씨 “당시 회사에 돈이 없었는데 회장님이 어디선가 돈을 구해 왔다”고 했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JTBC]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JTBC]


당시 김 전 회장은 대북 사업에 돈을 꼭 투자하고 싶었던 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회삿돈으로는 진행하기 곤란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말 술자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한에 500만 달러를 대신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500만 달러가 5조가 될 수 있다. 500만이 아니라 5000만 달러를 투자하라고 권했다”고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회삿돈으로는 곤란하다고 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 돈을 보냈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재판에서도 김 전 회장은 자금 출처를 묻는 검사에게 “내 개인 돈을 북한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앞서 언급했던 쌍방울 임원 A씨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김 전 회장이 김만배 씨에게 70억 원을 '개인적'으로 빌린 적이 있다”
 

돌고 도는 연관성, 대장동-쌍방울-이재명

저희는 지금까지 참 이상한 김만배의 접견 수첩을 살펴봤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 내용을 몇 개월 전에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김 씨 직업은 기자이자 사업가였지 점쟁이는 아닙니다. 대북 송금 사건을 미리 알았다면 관련 인물들에게 들었을 거로 보입니다. 관련자들은 비밀스러운 이 사업 내용을 왜 김 씨에게 말했을까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JTBC]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JTBC]


전혀 별개였던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갑자기 접점이 생겼습니다.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김만배-김성태-이재명은 서로 돌고 돌면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입니다. 김만배 씨는 이재명 지사 측근 이화영을 오래 지원했던 거로 알려졌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화영을 형님으로 모시고 월급을 줬습니다. 김만배 씨는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 강 모 변호사를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했습니다.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을 의심받는 이 모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냈습니다. 김 씨와 김 전 회장 모두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과 인연이 깊습니다. 최 전 부회장은 이재명 대표 측근들과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김만배-김성태-이재명은 계속 이어지고 묶입니다.
 

<20억 우향>, 신빙성 높은 수첩 내용

서두에 약속했던 메모 상단 〈20억 우향〉에 대해 설명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국일보 7월 7일 기사는 김만배 씨가 이른바 '헬맷맨'으로 알려진 쌍방울 최우향 전 부회장에게 30억 원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걸 본 김만배 씨, 정 모 변호사에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줍니다.
 
김만배 수첩 [영상디자인 정수임]

김만배 수첩 [영상디자인 정수임]


〈20억 개인적으로 준 것〉 〈20억 XXX(주) 우향〉 〈not 30x〉. 설명하자면 “기사에는 30억으로 나왔는데 내가 준 건 20억이야. 최우향 관련 회사로 보냈어. 2020년 2월과 6월, 2021년 10월에 각각 줬어”라고 설명한 걸로 보입니다. 방법도 구체적으로 서술했는데요. 15억 원은 수표로 줬고 후배에게 맡겨 뒀다(파킹)고 썼습니다. 이 메모를 토대로 검찰은 최 씨를 수사했고 메모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최 씨 역시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 수첩 신빙성,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건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 김 씨와 정 모 변호사가 아무것도 해명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내막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변호사와 피고인의 대화를 불법 입수했으니 고소하겠다. 관련자들 다 고발하겠다.”고 위협할 뿐입니다. 법률가들은 법으로 말합니다. 저희는 진실을 쫓는 기자일 따름입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납니다.
 

<4줄 요약>

①김만배씨는 대북 송금 이슈가 터지기 몇 달 전, 구체적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②김만배씨가 불러줘서 변호사가 수첩에 쓴 내용 대부분은 이후 맞는 거확인됐다
③70억이라고 썼는데, 쌍방울 관계자는 “회장님이 김만배에게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 있다고 증언했다
④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경기도 사업비를 북한에 보낼 당시 수중에 돈이 없었던 거로 보인다.
→진실은?

[참고] '대장동 의혹' 檢수사 한창 때에도 김만배-쌍방울 전 임원 30억 거래(2022.07.07.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05164800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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