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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애들 장난감이 너무 비싸”…연 1만원에 빌릴 수 있는 이곳

입력 2023-12-08 17:19 수정 2023-12-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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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난감도서관에 전시된 장난감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시 장난감도서관에 전시된 장난감들. 〈사진=이지현 기자〉

"건설 장비 종류 빌릴 수 있는 건 없나요?"
"아버님, 포크레인은 없는데 이렇게 큰 차는 어떠세요?"
"좋죠. 손주가 큰 차를 그렇게 찾아요."

신중기(72) 씨는 3주에 한 번씩 손주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을 빌리러 옵니다. 신 씨가 사는 도봉구에서 동작구 대방동까지 먼 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신 씨가 찾은 곳은 '서울 장난감도서관'. 장난감과 책, 육아용품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이죠.

만 72개월 이하 자녀가 있는 서울 시민, 서울에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아이들 연령대별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총 2157개, 사운드 북을 비롯한 아동용 도서 1894권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아기 침대나 분유 제조기, 유모차, 카시트 등 육아에 꼭 필요한 육아용품들도 94개가 있습니다.

연회비 1만원만 내면 대여료는 무료입니다. 한 번 빌릴 때 장난감 3점과 도서 3권을 최대 3주까지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육아용품은 최대 3개월까지 대여가 가능합니다.
 

“새로 나온 다양한 장난감 많아”…육아용품도 인기

도서관에 전시된 장난감들은 직접 체험해본 뒤 아이 성향에 맞게 빌려갈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도서관에 전시된 장난감들은 직접 체험해본 뒤 아이 성향에 맞게 빌려갈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취재진은 8일 오전 장난감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고르러 온 부모님들부터, 빌려 갔던 장난감을 반납하러 들른 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20개월 아이와 함께 장난감 도서관을 찾은 김유미(32) 씨는 "일주일에 2~3번씩 온다"며 "5살인 첫째 아이 장난감을 빌리러 올 때도 있고, 둘째랑은 이렇게 와서 여러 장난감을 만져보고 놀다 간다"고 말했습니다.

도서관 전시실에는 수십 가지의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보고 마음에 드는 걸 빌려 갈 수 있는 겁니다.

신중기 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친손주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도서관을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외손주들을 돌보고 있는데, 점점 비싸지는 장난감 가격 때문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합니다.

신 씨는 "요즘 아이들 장난감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자동차 장난감은 20만원 가까이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간혹 사줄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비싼 걸 사도 하루 갖고 놀면 그다음에는 잘 안 가지고 논다"며 "그러니 여기서 다양하게 장난감을 빌려서 자주 바꿔주는 게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종류가 다양한 것도 장점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난감을 반납하러 온 아빠 박모 씨(37)는 "어른들도 기호가 다르듯 아이들도 선호하는 장난감이 다른데, 그건 써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면서 "새로운 장난감을 매번 사기 어려워 중고 거래를 자주 했었는데, 여기서는 무료로 그리고 새로 나온 장난감까지 다양하게 써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빌려가는 이용자. 〈사진=이지현 기자〉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빌려가는 이용자. 〈사진=이지현 기자〉

18개월짜리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재인(37) 씨는 책을 여러 권 빌려 갔습니다. 이 씨는 "요즘은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는 '책 육아'가 유행"이라며 "다양한 책을 빌려 가서 아이한테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사운드 북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난감과 책도 인기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육아용품'입니다. 아이를 키울 때 꼭 필요하지만 두고두고 쓰지는 못하는 물건들이죠.

서울 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육아용품은 개월 수가 지난 순간 더는 쓸 수 없는 제품들이 많다"면서 "얼마 쓰지 못하는데 가격대가 비싼 아기 침대, 분유 제조기, 바운서 등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살균·세척 거치는 장난감들…아플 땐 '장난감 병원'으로

대여 후 반납된 장난감들은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다. 〈사진=이지현 기자〉

대여 후 반납된 장난감들은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친다. 〈사진=이지현 기자〉


장난감도서관 한 켠에는 세척실이 있습니다. 대여 후 반납된 장난감은 무조건 이곳을 거쳐 가죠.

장난감이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한 뒤 살균제를 사용해 꼼꼼하게 세척하는데요. 천으로 만들어진 인형들도 살균 과정을 거칩니다. 얼룩이 지거나 냄새가 날 때는 직접 인형을 빨아 말린 뒤 다시 대여해줍니다.

육아용품들도 매번 세척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여러 번 사용해 고장 난 장난감들은 도서관 내 '장난감 병원'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는 도서관이 보유한 장난감뿐 아니라 시민들이 가지고 온 개인 장난감도 무료로 고쳐줍니다.
 
장난감도서관 내 '장난감 병원'에서는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춤을 추지 않던 인형이 치료를 받은 뒤 춤을 추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장난감도서관 내 '장난감 병원'에서는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춤을 추지 않던 인형이 치료를 받은 뒤 춤을 추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이곳에서 10년째 장난감들을 수리하고 있는 이효열(60) 씨는 "하루에 기본적으로 20개 넘는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면서 "요즘 장난감은 기상천외한 것들도 많고 자주 고장 나서 수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춤추는 인형을 고치고 있던 이 씨.

그는 "오래 사용해 배선이 망가졌다. 선만 교체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라며 "요즘에는 망가졌다고 그냥 버리기보다는 환경을 생각해서 고쳐서 다시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 수리를 더 많이 맡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말 이용자 100명 넘어”…오른 물가·인식변화 때문


지난 2001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안에 문을 열었던 서울 장난감도서관은 얼마 전 대방동으로 확장 이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용객도 크게 늘었습니다.

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주말에는 대여 건수가 300건을 넘어선다. 한 명이 2~3개를 빌리니 100명 넘는 회원들이 찾아오는 것"이라면서 "신규 회원가입자도 많을 땐 하루에 30명 정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용객이 늘어나는 건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육아 물가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육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7%였습니다. 영유아 가구가 주로 소비하는 11개 품목의 물가 상승분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그중 유아용 학습교재는 7.5% 물가가 올랐고, 유모차는 3.0%, 장난감은 1.6% 상승했습니다.

육아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려는 부모님들이 장난감도서관을 찾는 겁니다.

양육자들의 인식 변화도 도서관 이용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요즘 부모들은 장난감을 단순히 장난감이 아닌 교구처럼 이용한다"면서 "연령대별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달리해 아이 발달을 추구하기 때문에 연령에 맞는 장난감으로 자주 바꿔준다"고 말했습니다.

아이 발달에 맞춰 매번 장난감을 새로 사는 게 부담스러우니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주말이 되면 많게는 100명 넘는 회원들이 장난감도서관을 찾는다. 〈사진=서울장난감도서관 제공〉

주말이 되면 많게는 100명 넘는 회원들이 장난감도서관을 찾는다. 〈사진=서울장난감도서관 제공〉

'인기 많아 예약 어렵다' 의견도…“내년엔 용품 더 늘릴 것”


다만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난감을 빌리는 건 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육아용품은 대여 기간도 길어 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장난감 도서관 관계자는 "육아용품은 워낙 인기가 많은데 대여 기간도 길어서 예약하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장난감도서관을 이전하면서 장난감 개수와 육아용품도 수량을 많이 늘렸지만 신규 회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창고가 텅 빌 정도로 물건이 많이 나간다"며 "그러니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빌릴 게 없다는 이야기도 하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특히 인기가 많은 육아용품의 예약이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종종 들어온다"면서 "올해도 육아용품은 가짓수와 개수를 늘렸는데, 내년에도 계속해서 종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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