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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사고' 결국 원청 무죄…현장에선 "위험의 외주화 여전"

입력 2023-12-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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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스물네살 김용균씨. 김씨가 숨진 지 5년 만에야 오늘(7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씨의 죽음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그리고 당시 대표이사까지 책임이 있느냐가 쟁점이었는데 결론은 
서부발전도, 대표이사도 모두 '무죄'였습니다. 김씨의 죽음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 대표의 잘못까지 따지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드는 출발점이 됐지만 정작 김씨의 사건에선 소급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알린 죽음이었지만, 끝내 원청에 책임을 묻지는 못한 겁니다.

먼저 여도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여도현 기자]

'상고를 기각한다.' 이 한 마디가 아들 죽음의 책임을 묻기 위해 5년을 싸워온 어머니가 오늘 대법원에서 들은 전붑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비참하고 참담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닙니까.]

함께 일한 동료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용균아 정말 미안하다. 죽도록 싸웠다. 우리는 저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시 싸울 거야. 지켜봐 줘.]

서부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조사결과 회사의 안전조치가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원청은 죄가 없다고 했습니다.

현장 작업 방식을 알기 어렵고 작업환경을 점검할 직접적 의무가 없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서부발전소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박다혜/유족 대리인 : 법원은 실체를 보지 못했습니다. 위탁계약이라는, 원하청 관계라는 형식에 눈이 먼 것입니다.]

하청업체 대표에 대해서도 "위험성을 고의로 방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고 김용균씨 사건으로 원청 책임을 인정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이 사건 이후 법이 만들어져 정작 이번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고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더 이상 이런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고인과 함께 일한 동료들은 "용균이 죽음 이후에도 크게 바뀐 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어서 조해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해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 앞에 있는 고 김용균씨 동상입니다.

[A씨/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 매번 (동상을) 볼 때마다 '진짜 저게 내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작 노동 현장 안전설비는 세워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 위험하지 않게 작업을 해달라고 구조적으로 변경 요청을 하면 이게 사실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위험이 우려되면 작업을 멈추는 작업중지권도 무용지물입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 '지금 당장 고쳐야 되는 건데 좀 어떻게 안 되냐'는 식으로 그렇게 작업 중지권을 못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 버리는…]

사정이 이러니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지만 현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11명 중 1명을 빼곤 전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2인 1조가 자리 잡은 게 작은 성과입니다.

[김영훈/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 2인 1조를 이제 강조하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관리자들이, 책임자들이 바짝 긴장하며 자기들이 처벌당할까봐…]

하지만 원청은 여전합니다.

[이태성/고 김용균 씨 동료 : 현장에 있을 때 원청의 말은 하늘과 같다는 말… 안전도 마찬가지로 원청이 모든 소유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동료들은 원청이 바뀌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영상디자인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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