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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쓰러진 30대 의사의 마지막 소임…장기기증으로 5명 살려

입력 2023-12-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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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은애 씨가 전공의 시절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고 이은애 씨가 전공의 시절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의사가 장기기증으로 환자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은 어제(6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은애 씨가 심장, 폐, 간, 신장(좌우) 등을 5명의 환자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올해 서른네 살인 이씨는 지난 3일 오후 친구들과 식사 도중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응급실 내원 후 의식 저하를 보인 이씨는 검사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에 중환자실에서 보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씨의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장기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이씨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거쳐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었다"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인의 동생은 "언니는 늘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으로, 졸업한 고등학교의 최초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하는 등 훌륭한 의료인이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 자체였다"며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늘 가족을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 않고 보내기 힘들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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