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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42일 만에 종료…당 지도부 외면에 인 위원장 설화, 내분까지 '우여곡절'

입력 2023-12-07 16:20 수정 2023-12-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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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혁신안' 놓고 지도부와 충돌…6개 혁신안 중 1개만 수용
당내서도 지도부 비판…홍준표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7일 발언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7일 발언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늘(7일) 활동을 조기 종료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한지 42일 만입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출범시킨 혁신위는 당초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취임 일성을 밝혔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혁신위는 당내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차가운 외면 속에 40여일 만에 활동을 종료하게 됐습니다.
 

지도부, 6개 혁신안 중 1개만 수용

혁신위는 당에 모두 6개의 혁신안을 제시했습니다. 1호 안건으로는 당내 화합을 목적으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의 징계를 취소하는 '대사면'을 제안했고,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정식 의결했습니다.

이어서 혁신위는 국회의원 특권 배제 등을 골자로 한 2호 혁신안,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 등 3호 혁신안, 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 4호 혁신안, 과학기술 공천 확대 등 5호, 지도부·중진 등의 희생을 요구하는 6호 혁신안을 연달아 던졌습니다.

하지만 지도부가 받아들인 건 1호 혁신안뿐이었습니다. 나머지 혁신안에 대해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 "당헌·당규 개정 사안" 등이란 이유로 사실상 거부됐습니다.
 

갈등의 단초…당 지도부·중진 등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

특히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혁신안은 혁신위가 지도부와 극한 갈등을 빚게 된 단초가 됐습니다.

인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100% 확신한다" 등 희생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는 침묵했고 '희생' 요구를 받은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지역구 활동으로 세를 과시하는 등 대놓고 혁신안에 무시 또는 반발 전략을 썼습니다. 특히 지도부 내에선 혁신위가 당과 조율 없이 '희생론'을 던진 것에 대한 불쾌감도 읽힙니다. 김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혁신위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에 '희생론'이 담긴 6호 혁신안을 정식 의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인 위원장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도 요구했습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인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혁신위 안건을 모두 종합해 한꺼번에 올리라는 취지로 혁신안 의결을 거부했습니다.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어제(6일) 인 위원장과 김 대표는 17분간 회동을 했지만,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혁신위는 동력을 상실한 채 오늘 조기 종료를 발표하게 됐습니다.
 

위원장 설화에 혁신위 내분까지 겹쳐

혁신위가 활동하는 동안 여러 논란도 일었습니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실언이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윤심(尹心)'이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곧장 김 대표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받았고, 대통령실도 "그런 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7일 회의 참석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7일 회의 참석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인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한 발언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 전 대표는 "부모 욕을 하는 건 처음 본다, 패륜적 발언이 혁신이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치권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인 위원장은 사과했지만, 혁신위 동력은 크게 떨어졌단 지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혁신위원들 사이에선 이견이 분출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드러났습니다. 당에 '희생'을 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과 지도부를 더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충돌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 대변인을 맡았던 김경진 혁신위원은 "혁신위는 김기현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일 뿐"이란 발언으로 내부 혁신위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대변인직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혁신위 회의 전 일부 위원들은 회의장의 좌석 배치와 누가 발언할지를 놓고도 신경전을 드러냈고, 회의가 끝난 뒤 일부 위원들은 "아쉽다"며 한숨을 쉬고 빠져나갔습니다.
 

홍준표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공은 '공관위'로 넘어가

용두사미로 끝난 혁신위 활동을 두고 당내에선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전권'을 약속했던 지도부가 결국 혁신위의 희생 요구가 자신들에게 향하자 혁신위를 주저앉힌 것 아니냔 겁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며 "그래도 우리 당의 변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오늘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無權)"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혁신위 조기 종료와 맞물려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 내년 총선 공천 작업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오늘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가 당을 위해 보여준 여러 안들은 적정한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이 돼서 여러분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조기 종료를 발표하며 "50%는 성공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게 맡기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공관위에서 혁신안을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가 인 위원장이 말한 나머지 50%를 그나마 채울 수 있는지의 관건이 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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