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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얼마나 험난한지 배웠다" 인요한 혁신위, 출범 42일만 퇴장

입력 2023-12-07 12:17 수정 2023-12-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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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늘(7일) 결국 활동 조기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지 42일 만입니다. 당초 혁신위의 활동 시한은 오는 24일까지였습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제12차 혁신위 전체회의를 열고 혁신위 활동에 대해 혁신위원들과 최종 논의를 했습니다. 그 결과 혁신위 활동을 종료하기로 결론을 냈습니다. 인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열고 "사실상 오늘 혁신위를 마무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혁신위원장을 맡을 수 있게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당 지도부와 극한 대치를 겪어온 인 위원장이 김 대표를 향해 뼈있는 말을 던진 거로 보입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이 정말 고맙고 정말 열심히 했다"며 혁신위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50%는 성공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출근길에 굳은 표정으로 당사에 들어섰습니다. 취재진이 '당 지도부와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혁신위원이 공관위원으로 위촉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한다'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7일 출근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7일 출근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혁신위는 앞서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친윤 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뒤 지도부와 극한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혁신위를 향해 "음습한 권력 쟁탈 수단으로 본인들이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궤도 이탈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라고도 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어제(6일) 만났습니다. 하지만 17분 만에 종료된 이 날 회동에서도 당은 "혁신안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할 일들이 있어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 5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오찬 회동 이후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오면서 혁신위의 부담이 더 커진 거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JTBC에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 사진이 공개된 건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거란 해석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5일 윤석열 대통령, 여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사진=국민의힘〉

5일 윤석열 대통령, 여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사진=국민의힘〉

결국 혁신위가 40여일간 활동하며 내놓은 6개의 혁신안 중 '대사면' 단 한건만 지도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뚜렷한 성과 없이 '빈손'으로 종료됐단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충분히 다 제안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는 데만 급급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기현 지도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을 혁신하겠다며 띄운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했지만 결국 혁신위의 안건을 외면했단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내에서도 압박이 계속될 거로 보입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오늘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만인 위원장과 만남을 통해서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그 부분을 믿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사실상 지도부가 엉뚱한 변명만 늘어놨다는, 이런 국민 기만이라고 하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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