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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랜드 '회장님 순시'에 밤샘 다림질…"체력 괜찮은 직원 필요"

입력 2023-12-06 20:11 수정 2023-12-0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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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의 한 이랜드 의류매장에 그룹 회장이 방문한다고 하자 이틀 동안 밤새 직원들을 동원해 매장 정리에 나섰습니다. 멀쩡한 옷을 다시 꺼내 다리고 진열된 옷도 다시 각을 잡았습니다. 이런 일이 1년에 4번씩 있다는데 이랜드 측은 회장 지시가 아니었다며 책임자 찾아 책임 묻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연수 기자입니다.

[기자]

영업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저희 OOO 강남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입니다.]

그런데 가방을 멘 사람들이 매장으로 들어갑니다.

청소 도구를 가득 담은 통을 나릅니다.

입구에 깔아놓은 카펫도 정리합니다.

오늘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방문을 앞두고 매장 정리에 나선 겁니다.

이랜드 본사에서 내려온 공지입니다.

근무시간을 보면 오후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근무를 하라고 적혀있는데요.

과업을 보면 '스팀'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새 옷처럼 모든 옷을 다리라는 건데요, 회장이 오기 전까지 이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 직원들을 부른 겁니다.

영업이 끝난 매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 봤습니다.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누고, 오늘 밤 일할 곳을 안내합니다.

[4층 사무실로 가면 되세요.]

업무 설명을 들은 직원은 4층 창고를 향했습니다.

몇몇은 공지에 나온 대로 스팀으로 다림질을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몇몇은 진열된 옷에 각을 잡기 시작합니다.

[이랜드 직원 : 멀쩡하게 잘 접혀서 있는 애들을(옷들을) 하나하나 다 꺼내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다 접어요.]

공지엔 '강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체력이 괜찮은 직원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밤샘 근무는 자연히 신입사원들 몫이 됐습니다.

[이랜드 직원 : 팀별로 배정 인원이 지정이 돼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되면 그 팀 안에서 가장 막내인 사람이 그냥 자연스럽게….]

잠도 못 자고 일하지만 다음날은 더 힘듭니다.

[이랜드 직원 : (새벽 근무하면 그 다음 날은 그냥 휴무주는 거예요?) (밤샘근무) 다음 날 오전에만 출근을 하지 말고 오후에는 출근을 해라 또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이렇게 불시에 찾아온다는 일정이 1년에 4번 입니다.

그때마다 이런 공지가 오고 매장은 난리가 납니다.

[이랜드 직원 : 오픈 매장이다 하면 저희가 가서 도와주는 것에 있어서 이렇게 반발심 같은 건 없었을 것 같은데, 이러는 이유가 회장님이 오기 때문이다, 라고 하니까.]

이랜드 측은 이런 일을 몰랐고 회장 지시도 아니었다며 책임자를 찾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랜드 관계자 : 해당 건을 굉장히 중대한 사고로 생각하고 전사에 공유해 개선할 계획입니다.]

회장이 다녀간 직후 매장은 반짝반짝했습니다.

[강남점 매장 직원 : 오늘, 이번 주에 중요한 분들 오시는 주간이어서 매장 한번 싹 치워서…]

내년 3월에 같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직원들은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영상자막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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