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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짜리 케이크인데 "이번 주는 마감됐어요"…양극화된 소비

입력 2023-12-06 18:23 수정 2023-12-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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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까지는 예약 마감됐습니다. 11일부터 예약 가능하세요."

30만원 짜리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문의를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13만원이 넘는 호텔 딸기 뷔페는 이번 달 예약이 모두 마감됐을 정도죠.

수십만 원에 달하는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고물가 상황 속에서 한 끼 식사 비용마저 아끼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죠.

고물가 상황에 더해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케이크 하나에 30만원…"찾는 수요 꾸준히 있어"

서울 신라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신라호텔 홈페이지〉

서울 신라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진=신라호텔 홈페이지〉


서울 신라호텔은 올해 3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습니다.

겨울 트러플과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또디켐을 사용한 케이크로, 올해 호텔 케이크 중 가장 비쌉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25만 원짜리 케이크를 선보인 이후 소비자 반응이 좋자, 올해는 더 고급화된 케이크를 한정 수량으로 내놨습니다.

호텔 관계자는 "지금 기준으로는 10일까지는 예약이 마감됐고, 계속 예약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8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보였는데요. 역시 30개만 만들어 판매하는 케이크입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케이크 판매가 11일부터 시작되다 보니 아직은 예약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예약이 어려워지는 만큼 최대한 미리 예약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는 데다, 아무리 비싸도 이를 꾸준히 찾는 소비자들이 있어 예약이 쉽지는 않다는 겁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 정도의 고가 케이크는 찾는 소비자층이 한정되어 있다"라면서 "이들이 특별한 연말을 보내기 위해 고가의 케이크를 매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요가 꾸준히 있다 보니 호텔들도 점차 더 고급화된 다양한 케이크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0만원 넘는 딸기 뷔페도 인기…이달 예약 마감

고가의 딸기 뷔페들도 12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A 호텔 홈페이지 캡처〉

고가의 딸기 뷔페들도 12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A 호텔 홈페이지 캡처〉


고가의 케이크만 인기를 끄는 건 아닙니다.

12월부터 호텔들의 '딸기 뷔페'가 시작됐는데요. 딸기로 만든 각종 디저트와 함께 스테이크나 파스타 등의 식사 메뉴를 제공하는 곳이 딸기 뷔페입니다.

롯데호텔의 딸기 뷔페는 성인 기준 1인당 13만 5000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대가 높습니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되는데, 이번 달은 이미 예약이 다 찼습니다.

올해는 딸기 가격이 비싸진 데다, 서비스 추가 등을 이유로 호텔들이 딸기 뷔페 가격을 작년보다 올렸습니다.

반얀트리 호텔 딸기 뷔페의 올해 가격은 성인 1인 기준 9만 5000원으로 전년 대비 15.8% 올랐죠.

그런데도 역시 이번 달 예약은 거의 다 차 있습니다.

9980원짜리 케이크도 인기…'짠테크' 소비도 못지않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호텔 디저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쪽에선 1만원도 안 되는 케이크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980원짜리 캐릭터 케이크를 판매합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같은 가격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었는데요. 출시 3주 만에 1만 5000개가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근 고물가 상황 속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올해도 같은 가격의 케이크를 출시하기로 한 겁니다.

고물가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들도 '짠테크' 소비자들이 요즘 많이 찾는 곳인데요.

특히 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구독 서비스'도 이용이 늘고 있습니다.

편의점 구독서비스란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편의점 제품 중 일부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닭가슴살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제품들을 20~3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는 거죠.

편의점 CU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정기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면서 "올해 10월까지 구독서비스 이용자들이 사용한 구독 쿠폰은 전년 동기 대비 142.5%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황엔 양극화 심해져…한동안 기조 이어질 듯"


30만 원짜리 케이크와 9980원짜리 케이크가 동시에 인기를 누리는 상황.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 양극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부유층은 비싼 한정판 케이크를 찾지만, 많은 사회 구성원들은 식비를 아껴가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자꾸 느끼게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를 좁혀나갈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황 상황이 되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면서 "불황이어도 소득이 높은 층은 소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소득이 안 오르는 중산층들은 저가 소비를 찾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잘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소비 양극화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그동안 한국은 장기 불황으로는 가지 않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불황이 이어지면 양극화 현상도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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