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로의 상징이자 우리나라 라이브 공연 문화의 뿌리인 소극장 학전이 내년 3월 문을 닫습니다. 1991년 문을 연지 3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건데요.
학전을 대중적으로 알렸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올해 말까지만 공연을 한다는데,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학전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기자]
손가락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애환을 담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입니다.
1994년 첫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황정민/배우 (1996년 '문디'역) : 참말이가? 외상 되나? {꿈 깨라. 깨}]
[윤민형/배우 (2023년 '문디'역) : 으악! 뭐 내는 꿈도 못 꾸나.]
그렇게 30년 동안 4천 2백번의 공연, 누적 관객 70만명을 끌어모은 학전의 상징이었습니다.
[설경구/배우 ('지하철 1호선' 출신) : 제 (연기 인생) 30년의 시작점입니다. 끝까지 저를 끌고 가주셨고 저를 시작시켜주신 공간입니다.]
지금도 젊은 배우들이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윤선희/배우 ('곰보할매' 외 9개 역) :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본 뮤지컬 오디션이 지하철 1호선이었고 너무 떨려서 한마디도 못 하고 나갔었는데…]
그가 태어난 98년도 서울에서 힘든 사람들에게 국수 한 그릇을 내어주는 할머니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일 공연 전 무대를 쓸고 닦고 함께 목을 푸는 일은 오랜 전통, 관객을 만나기 3시간 전에 하는 마이크테스트는 항상 긴장됩니다.
무대 뒤 분장실입니다. 극 중에는 청소부부터 전도사 그리고 군인, 다양한 승객들까지 80명이 넘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배우들이 많게는 11명까지 연기를 해야 해서 이렇게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10초 정도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렇게 옷을 두 겹 겹쳐서 빠르게 갈아입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임규한/배우 ('철수' 외 6개 역) : 저는 처음에 '회사원'으로 나왔다가 '행인'하고 그리고 '철수' 그다음에 깔탕이라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연진 : 지하철 1호선, 무임승차 파이팅!]
이 젊은 배우들을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습니다.
극단 학전의 대표 김민기씨입니다.
1991년 봄 대학로에 학전 문을 열고 독일 원작인 뮤지컬을 한국어로 번안한 것도 그였습니다.
"뒷차를 타네. 또 밀려났고 기다려야만 하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박두희/배우 ('땅쇠' 외 9개 역) :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게 없지 않을까 하층민들의 삶은. 여전히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시간이 흘렀지만 힘든이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 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산다는 게 참 좋구나. 아가야. 내 맥박은 뛰고. 혼백도 살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김민기/2018년 9월 : 그 할매가 부르는 노래 가사가. 그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서 버텨내는 어떤 그런 긍정성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걸 대표하는 가사가 아닐까.]
학전 소극장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문화예술인들의 릴레이 콘서트를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지하철 1호선 막차가 끊어지니 빨리 타라는 말과 함께 극은 막을 내립니다.
20대였던 관객들이 50대가 되어 다시 돌아왔듯 오늘의 관객들은 지하철 1호선이 다시 달릴 날을 기다립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자막 김영진 / 취재지원 황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