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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입력 2023-12-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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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서울의 봄' 정우성의 꿈은 현실이 됐다.

정우성은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에서 전두광(황정민)의 군사반란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열연을 펼쳤다.

멋짐은 물론이고 "이게 군인이냐"며 분노하는 이태신의 모습에 진정성마저 느껴진다. 정우성의 신인시절부터 지켜 본 김성수 감독은 "멋진 거야 진작 알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참 멋있게 나이들고 있구나' 체감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정작 정우성은 "너무 좋은 작품임을 알지만 선택에는 고민이 있었다"지만 혼신을 다해 '서울의 봄'에 임했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은 흥행 질주 속에 가뿐히 손익분기점 400만을 넘고 5일 오후 500만 관객도 돌파했다.

어느덧 데뷔 30년이 된 베테랑 정우성은 여전히 현장이 설렌다고 했다. 많은 설렘을 안긴 새 작품 '서울의 봄'으로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다.

[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하다.
"늘 어떤 작품 할 때 바람은 있지만 예상은 할 수 없는 거 같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면 이 정도 반응에 성공을 예상하는데 지금은 극장 상황이 안좋아서 제발 손익분기점만 넘기길 바랐다. 이 영화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영화계에서는 영화적인 완성도가 있으니까 이 영화가 성공을 해야 앞으로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거 같다."

-영화의 완성본을 보고난 느낌은.
"기가 빨린 느낌이었다. 김성수 감독님의 작품은 완성본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이 현장에서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감정 이상의 뭔가가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의 봄'도 시사로 보고 나서 이태신을 연기할 때 감정 상태도 있지만 영화가 만들어낸 공기 때문에 기빨린 느낌이었다."

-이 영화에 참여한 과정과 계기는.
"감독님이 '서울의 봄' 한다고 했을 때 모니터링을 부탁하셨다. 나와 해당 작품을 함께하든 안하든 같이 모니터링 해달라고 부탁하신다. 그 땐 '어려운 작품 하시네'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게 제안이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헌트' 촬영이 바로 끝난 다음이었다. 비슷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싶었고 부담이 됐다. 이태신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됐다. 참여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첫 우려도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감독님이 괜찮다 하셨다. 이태신은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그린 인물이라 그런 측면에서 말씀하신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끌었다. 밀당했다(웃음). 김성수 감독님은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나라는 배우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당연히 (이 작품을) 하긴 할건데 암담했다.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감독님께 마음적으로 많이 기댔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은.
"모티브에서 상상의 세계로 뻗어가는 작품이지 않나. 12·12사태라는 사건은 있지만 사건의 팩트 안에서 이태신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그려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오히려 더 멀리하고 배척하려 했다. 모티브가 된 사건이나 그거에 대해 공부할 때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더 떨어져서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데 집중했던 듯 하다."

-대척점에 있는 황정민은 실존인물을 많이 차용했다.
"부러웠다. 감독님이 정민이 형이 분장 테스트 한 사진을 보내줬는데 페르소나 쓴 정민이 형의 기세가 느껴지면서 부러웠다. 이태신은 끽 해야 흰머리 붙이는 정도랄까. 전두광은 감정에 폭주하는 사람이다. 맹목적인 힘이 생기는데,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하다 보니까 본분이란 걸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반응하고 지켜보고 더 맞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맞고 틀림의 정의는 없으니 그런 답답함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머물러있으면 안되니까 계속 가긴 가는데 그 길이 어느 방향인지도 몰랐다."

-비주얼적인 강렬함은 이태신도 표현하려면 할 수 있었는데 그런 고민은 없었나.
"이태신과 전두광은 물과 불 같은 관계다.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다가와서 부딪히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대형인 거 같다. 영화 보신 분이 캐릭터 이름을 떠나서 정우성이라느 바다에 황정민이라는 고래가 헤엄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하시더라. 그게 감동적이었다. 이태신은 물처럼 되고 싶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에게 정우성의 모습이 있다'고 표현했다.
"감독님이 이태신 준비하는데 '이거 봐' 하면서 보내주신 게, UN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하면서 인터뷰하는 내 모습이었다. 계속 보내주더라. '난 이태신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시길래 '이거 나잖아요' 했다. 그 인터뷰 할 때 한단어 한단어 선택이 어렵다. 난민의 어려움을 이 사회 구성원에게 전하는데 어려움만 강조할 수도 없는 거고, 이 구성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상태에서 뭔가 단어를 선택해서 공감을 유도하는 거다. 아마도 그런 인터뷰할 때의 신중함을 말씀하셨던 거 같다. 정말 난감했다."

-실제로 그런 경험들이 이번 작품에 스며든 부분이 있나.
"사태에 반응할 때 차분함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지, 수경사령관으로서 왜 타당한지에 대한 그런 설명이다. 이태신의 톤 앤 매너에 다분히 적용됐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다. 이태신 캐릭터에 몰입 시키기 위한 설계는 어떻게 했나.
"캐릭터 운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정해진 결말, 사건의 결말을 보여주기보단 이 사건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을 보이고 싶어했던 거 같다. 이태신은 어떤 선택을 했으며, 사건의 승자와 패자를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난 이 이태신이라는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면 될지 보여주고 싶었다."

-김성수 감독과는 벌써 5개의 작품을 함께했다. 본인에게 어떤 존재이자 의미인가.
"애증의 관계다. 감독님은 처음으로 동료로서 인정을 받고 작업이 무엇이구나 현장에서 깨우침을 주신 분이다. 배우가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하면 다른 감독님들에게 캐스팅 제안 받을 때 김성수가 최고의 감독이라 할 수 있지만, 내게는 김성수 감독님은 늘 최고의 선배이자 동료이자 아주 귀찮은 사랑하는 감독님이다."

-김성수 감독이 '이정재 감독보다 (정우성을) 멋있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던데.
"정말인가. 당사자로서는 건전한 경쟁이다. 다른 감독님들도 이 경쟁에 뛰어드시기를 바란다."

-철조망 신이 중요한만큼 촬영이 어렵진 않았나.
"이태신은 자기가 가는 길이 어려워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넘어가는 캐릭터다.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장면이다. 물론 촬영은 힘들었다. 비장하거나 멋있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태신이란 인물을 표현한 뒤 깨달은 바가 있다면.
"깨달음의 성취보다는 늘 인간을 다루는 직업인데, 20~30대 땐 작품의 의미부여, 스스로가 갖는 의미에 크게 의미를 뒀다. 그런데 이태신을 하면서 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의미는 주어지는거지, 강조해서도 안되고 전달할 수 없는 거다. 누군가 보고 느끼고 그게 다수가 공감할 때의 의미가 되는 거다. 스스로가 갖는 의미, 스스로가 내뱉는 생각은 더 조심스럽고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타자가 그 의미를 찾아서 부여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이번 작품에서 특히 배우 정우성의 멋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느 순간부터 멋짐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없더라. '이 신 이거 좀 멋있겠다' 하면서 그 멋을 연기하는 순간 다 날아가더라. 그냥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되는거다. 그리고 난 다음에 보시고 평가해주시는 거다. 배우가 스타성을 의식하고 다니면 그게 스타병이다. 사람들이 다 안다."

-본인도 그랬던 시절이 있을까.
"과거에도 영화 촬영할 땐 의식을 하진 않았는데 광고 촬영할 때 의식이 많이 된다. 다 멋있다고 하니까(웃음). 의식하는 순간 짧은 미소도 의식이 되더라."

-'웅남이',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 등 유난히 특별출연도 많은 한해였다.
"영화제에서 카메오상 받고 싶다.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했던 분들의 부탁이니까 했는데 하고 나서 '왜 이렇게 많이 했지' 싶었다. 이제는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사실 카메오가 독이 될 수 있는 출연이기도 하다. 카메오의 등장으로 인해 극에 전혀 상관 없는 감정을 줄 수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다. 톤 앤 매너, 캐릭터가 전체에서 발현해야 하는 색감이나 이런 것들을 하려고 최선을 다 한다."

[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데뷔 30년? 현장에 대한 설렘 여전해"


-올해 '보호자'로 감독 데뷔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영화와 드라마도 선보이게 됐다.
"진짜 몇년 동안 미친듯이 달렸구나 싶다.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것들도 같이 이뤄진 케이스다. 이제 좀 차분히 돌아보고 한템포 쉬어야 하지 않나 싶다."

-황정민과는 '아수라' 이후 재회했다. 배우 황정민은 어떤 사람인가.
"촬영 땐 캐릭터끼리 대립각이지만, 붙는 신이 많진 않다. 각자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면 현장에서도 대화를 안섞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오히려 촬영보다는 형이 골프를 쳐서 같이 스크린 골프 치면서 사적 교감이 생겼다. 배우라는 직업이 독립된 직업군이지 않나. 너무나 독립적인 자아들끼리의 만남이다. 섞이기 쉽지 않다. 영화 일 하면서 형이라고 생각한 사람 없는거 같은데 정민이 형은 '아수라' 때 진짜 형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형이 나보다 형이어서 좋다."

-어떤 면에서 벽을 깨고 형이 됐을까.
"진짜 동료 배우라고 생각하는 게 느껴지니까. 정민이 형이 표현이 즉각적이고 다혈질적일 때도 있는데 그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함이 아니라 왜 그정도의 집중력 때문에 안되나 싶은 거다. 그런 표현은 정당하다. 임하는 자세, 그게 내 성향에 맞았던 거 같다."

-쉬지 않고 일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에 감사하다. 현장이 즐겁고, 작품을 좋아한다."

-어느덧 데뷔 30년이다. 그 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시간이 주는 작업의 경험들이 지금 나를 만들어서 좋다. 현장에 대한 설렘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행운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게 감사하다. 나는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완성되진 않지 않나. 죽고 나서 평가하는 거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끝을 낼지 궁금하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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