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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있어도 못 쓰는 육아휴직…해법은?

입력 2023-12-04 18:17 수정 2023-12-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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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10.3주
OECD 34개국 평균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61.4주

한국은행이 분석한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입니다.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란 법정 육아휴직 가능기간에 육아휴직 이용률을 곱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 육아휴직 기간인 52주에 이용률 19.8%를 곱했고, OECD는 34개국의 평균 육아휴직 기간 69주에 이용률 88.4%를 곱해 나온 숫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52주)은 OECD 평균과 비교해 아주 짧지는 않습니다.

차이는 육아휴직 이용률에서 발생하죠.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특히 우리나라는 남성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지난 2020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 48명 남성 14.1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2021년 기준 50인 이하 기업에서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여성 54.1%, 남성 2.3%에 그쳤죠. 같은 시기 300인 이하 대기업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76%, 남성 6%였습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0.81명이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더 떨어져 0.70명을 기록했는데요.

한국은행은 "국가별 패널 분석에서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짧을수록 출산율이 낮게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을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출산율은 0.1 상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 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죠.
 

육아휴직 못 쓰는 이유?…"인력 구하기 어려워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 공백'이 가장 큽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2년 전국 5인 이상 사업체 507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육아휴직 제도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사업체에 이유를 물었더니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과중(25.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19.7%)' 등 인력 공백 때문이라는 답의 비중이 컸죠.

여기에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직장 분위기나 문화도 한몫 할 겁니다.

소득 문제도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동안 육아휴직 급여가 나오긴 하지만 상한액이 있어 소득대체율은 낮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44.6%. 기존 소득의 절반도 보장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숙달된 대체인력 마련이 핵심…인력운영 1.2~1.3배로 해야"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숙달된 대체인력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숙달된 대체인력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숙달된 대체인력 마련'이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으로 대체인력을 구해도 기존 직원만큼 일을 못 한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고 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이를 감안해 인력을 보통 1.2~1.3배로 운영해 육아휴직 직원의 공백이 없게끔 하고 있다"며 "우리도 안정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서라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도 높여야 합니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로 책정됩니다. 하지만 월 상한액은 15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상한선을 고려한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평균임금 대비 38.7%에 불과했습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캐나다와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육아휴직급여 상한선을 적용하더라도 40% 이상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육아휴직기간 동안의 소득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후지급금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강 연구위원은 제안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25%를 육아휴직이 끝나 복귀한 뒤 6개월을 근무하면 일시불로 지급하는 게 사후지급금입니다.

강 연구위원은 "사후지급금을 폐지해 육아휴직기간 동안의 급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 "큰 예산 소요 없이 소득보장성 체감도를 높일 수 있고, 육아휴직 활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육아휴직에 비우호적인 조직문화도 서서히 바꿔갈 필요가 있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높여왔다"며 "숙련 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 어려워 육아휴직 제도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도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 나중엔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확보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경제계가 스스로 공유하면서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사용률 14.4%…"일-돌봄 병행에 더 적합한 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률은 14.4%에 불과하다.〈사진=연합뉴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률은 14.4%에 불과하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대책으로 육아휴직 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주당 15~35시간 이내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19~5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4.4%에 불과했습니다.

202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직장 분위기나 대체인력 확보 때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거나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사업체 비율이 44.2%에 달했죠.

류연규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OECD 국가의 육아휴직제도 발달 추이를 보면 육아휴직 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보다 휴직 기간을 일 단위로 사용하는 등 육아휴직 제도의 유연한 사용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취지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더 합당하다"며 "돌봄을 이유로 근로시간이나 장소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실제 노동시장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노동시장과 완전히 단절되는 육아휴직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을 함께 높이기에 적절한 제도"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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