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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재훈 공사 "연체자·금융회사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법 통과 필요"

입력 2023-12-03 09:17 수정 2023-12-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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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주 벨기에 대사관 경제공사 (전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 〈사진=유재훈 제공〉

유재훈 주 벨기에 대사관 경제공사 (전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 〈사진=유재훈 제공〉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통과되면 대출을 연체한 채무자도 금융회사와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유재한 주 벨기에 대사관 경제공사·전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

평소 개인채무자 보호 관련 정책에 정통한 유재훈 주 벨기에 대사관 경제공사는 지난 1일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연체가 쌓인 채무자가 금융회사에서 신용회복위원회로 넘어가기 전에 상환 유예 등 기회를 주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유 공사는 금융위원회에서 개인채무자보호법을 담당했던 금융소비자국장이었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됐는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4년째 가계부채 1위입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기존 개인 신용회복위원회 제도와 무슨 차이?


현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채무자는 연체가 1~3개월 정도 되면 추심업체의 추심이 시작되고 이후 6개월 이상 지나면 대부업체의 과도한 추심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추심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심이 금지되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하게 됩니다.

이후 연체가 90일이 되면 흔히 말하는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기존의 신용회복위원회는 대체로 연체가 90일이 넘는 채무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 개인을 보호하는 개인채무자 보호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의 회생을 돕는 기존 제도가 아니라, 채무자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미리 돕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르면 연체가 발생한 채무자는 먼저 금융회사와 상담을 통해 대출 상환 방법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부채 상황과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하여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를 감면하는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유재훈 공사 "개인채무자보호법, 개인 재기할 수 있도록 여지 주는 제도"


유 공사는 "우리나라 채무자들은 빚을 갚을 의지가 꽤 있는 편"이라며 "경제도 어렵고 이자 부담이 커지니까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회사 직원은 채무자의 사정을 봐주고 싶어도 연체가 발생하면 실적이나 평가에 마이너스가 되고, 배임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어 소극적"이라면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회사 직원이 법적으로 상환 의지가 강한 채무자에게 재기할 여지를 주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금융회사와 3년 동안 200만원씩 갚도록 계약을 했는데, 사정이 어려워져 100만원씩만 갚을 수 있게 되면 금융회사가 상환 기간을 6년으로 늘려주는 겁니다.

또 3000만원을 빌려 매달 100만원 씩 갚기로 한 채무자가 2달 동안 200만원을 갚은 뒤 사정이 안 좋아져 셋째 달에 100만원을 갚지 못 하게 되면 현재는 2800만원에 대한 연체 이자를 부과합니다. 하지만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생기면 연체된 기간 한 달치인 1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받습니다. 또 상환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 이자율을 좀 낮추는 방안 등도 거론됩니다.


유 공사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회사와 채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채무자가 신용불량자가 돼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하면 원금이 탕감될 가능성이 생기고, 이후 법원에서 회생 혹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원금이 바로 탕감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회수 자금이 줄어든다"면서 "개인채무자보호법을 통해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회복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면 금융회사들도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회사는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소득과 대출 규모 등을 고려해 채무 조정 기준을 정하고, 금융감독원은 해당 기준이 법의 취지에 맞는지 사후 검토를 하게 됩니다. 채무 조정 방법은 상환 유예 기간 연장, 만기금 연장, 원리금 감면 등이 거론됩니다.

이 외에도 추심업체는 7일 동안 7회를 초과해서 추심 연락을 못 하고, 채무자에게 중대한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추심 연락을 못 하는 등 과도한 추심이 금지됩니다.

유 공사는 "2019년부터 입법을 추진해 왔는데, 현재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팬데믹 시절에 각종 정책으로 돈이 풀리면서 자산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금리는 낮아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면서 "그러나 이후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도 상승하자 채무자들이 견디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공사는 또 "소상공인들도 코로나가 지나면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최근 가계부채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자 매출이 더 줄었다"면서 "코로나 때 연장된 대출 만기가 도래하자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용우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용우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우선 순위 법안에 밀려 논의가 안 됐던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일단 통과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금융인 출신인 이용우 의원은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후순위로 밀려 있었는데, 법안소위 당 간사와 원내대표에게 중요성을 강력히 알려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공포와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특히 법사위는 여야 합의가 안 돼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고, 법안 430여건이 밀려 있어 통과 여부가 확실치 않습니다. 만약 내년 4월에 종료될 21대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자동 폐기됩니다.


유 공사는 "선거를 앞두고는 의원들이 지역구 혹은 인프라 관련 법 등 득표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면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은 지금도 늦은 감이 있는데, 더 늦어지면 신용불량자가 많아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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