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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라도 더 숨 쉬고 있을 때…" 이용수 할머니의 소원은

입력 2023-12-0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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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끝내 이겼습니다. 하지만 기쁨의 만세를 부른 건 이렇게 이용수 할머니, 단 한 분뿐이었습니다. 7년간 법정싸움을 벌이는 사이, 함께 소송을 낸 다른 할머니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겁니다.

홀로 남아 만세를 외친 이용수 할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김지윤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고법 판결 전날, 이용수 할머니는 잠을 설쳤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몸도 막 아프고, 혈압도 오르고. 먹지도 못했고.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고등법원에서 원심을 뒤집는 순간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서 할머니, 이겼어요. 그래도 그 말이 믿어지지가 않아가지고. '예? 뭐라고요?' 그러는데, 판사님한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손 모아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난 23일) :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내가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2016년 피해 할머니 11명이 소송을 냈습니다.

재작년 1심에서는 졌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심에서 이겼지만 지금은 95살 이용수 할머니 한 명만 살아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이겼을 때) 여러사람이 막 얼굴이 30:47 서로 막 보이더라고요.]

함께 했던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웃음짓다가 이내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나눔의 집에 있던 김순덕이. 순덕이 할머니가 성격이 급해가지고. 나를 보고 '대구야, 무슨 노래 좀 가르켜도' 했는데. {무슨 노래요?} "(노래)한송이 구름꽃을 피우기 위해~떠도는 유랑별처럼~ 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뭐, 그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하는거예요. 그런데 그 노래를 배워가지고 왔는데, 그 날이 데모날인데, 돌아가셨다고 하는거예요. 얼마나, 얼마나 울었는지. 참….]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던 김학순 할머니에게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도 이제서야 지켰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언니야, 내가 해냈다. 언니야, 해냈다. 모든 사람들 다 행복하게, 복도 주고 해라. 다 그 분들이 해줘서 했다(이겼다).]

할머니들과 일본에서 시위를 시작하던 순간도, 소녀상 설치를 기념하던 순간도 눈에 선 합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다 그래도, 있었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죽었다. 세상에…. 다 죽은 사람들이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중 생존자는 단 9명, 평균 나이는 95세에 가깝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나눔의 집에 세 사람 있지만 한 할머니는 100살이예요. 그런데도 10년을 누워가지고 코로 이렇게 하는데(호흡을 하시는데).]

2심 판결이 나온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일본은 아무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할머니들 한 분이라도 숨 쉬고 있을 때, 식물인간이라도 숨쉬고 있을 때, 문제 사죄해야죠.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들은 오늘도 이 마지막 소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김영진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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