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재 현장에 출동한 20대 소방관이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다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주 표선 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교입니다.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 건너편, 방풍림과 귤밭 너머 불빛이 일렁입니다.
매캐한 연기는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번집니다.
[박종남/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 : 주민이 밖에 나와 보니까 그을음 냄새, 연기가 나니까 119 소방에 전화하게 되어서…]
출동한 소방차는 조명을 켜고 진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29살 5년 차 소방관 임성철 소방교도 여기 있었습니다.
불이 난 감귤 창고 바로 옆 주택에 살던 노부부가 대피하는 걸 도운 뒤, 불길을 잡으려 했습니다.
[인근 주민 : {아저씨는 안 다쳤나요?} 네네. 이쪽 집에 사니까. {불이 엄청 컸나요?} 집(창고)이 다 탔으니까… {오래 돼 보이던데.} 한 몇십 년…]
임 소방교, 불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런데 낡은 창고 벽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머리 위로 콘크리트 처마가 떨어졌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습니다.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임 소방교가 일하던 119센터에는 조기가 내걸렸습니다.
제주에서 자란 임 소방교는 5년 전 타지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험을 다시 봐 2년 전 제주로 돌아와 일했습니다.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례는 제주특별자치도장으로 치러집니다.
[화면제공 제주소방안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