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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비상벨 눌러도 문 안 닫혀요"…'안심 못 할' 안심부스

입력 2023-11-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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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0년 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안심 부스라는게 만들어졌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서 비상벨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신고까지 된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저희가 직접 살펴보니 안심 부스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곳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적이 드문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안심부스입니다.

위급 시에 안으로 들어가서 비상벨을 누르라고 되어 있지만 문이 고장 나서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오영자/부산 청학동 : 그 공중전화 아이가? 우리들한테는 교육을 안 하니 모르지 뭐…]

같은 마을에 있는 또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구는 아예 평상으로 막혀 있습니다.

[박인남/부산 청학동 : 무용지물이다. 고마 먹통이라.]

겨우 문이 열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스 안에 있는 작동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혀야 하는데요.

잘 작동하는지 한번 눌러보겠습니다.

지금 작동 버튼을 누른 지 한 10초 정도 됐는데도 문이 안 닫혀서 관제센터로 가는 비상벨을 한번 눌러보겠습니다.

[관제센터입니다. {제가 비상벨을 눌러도 문이 안 닫히던데…} 저희 업체에 전화해보셔야 할 것 같은데. {원래 문이 닫히는 게 정상인 거죠?} 네네.]

위급하면 개인 휴대전화로 신고하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습니다.

화분이 입구를 가린 곳도 있습니다.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고로사/주변 카페 운영 :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르고. (주차 부스로 착각해서) '혹시 발렛돼요 사장님?'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부스 안쪽에는 거미줄만 가득하고 청소도구를 보관하기도 합니다.

부스 간판은 해가 지면 불빛이 들어와야 하지만 고장 나 어둡습니다.

[이승연/경기 수원시 매산동 : 위험하면 일단 사람이 많은 곳이나 밝은 곳으로 가라고 교육을 받았으니까 편의점 갈 거 같아요.]

4년 전 스토킹 범죄에 시달렸던 한 여성이 구조됐던 안심부스입니다.

바로 앞은 순찰차 전용 주차 공간인데요.

지금은 보다시피 일반 차량이 주차돼 있어서 멀리서 이 안심부스를 보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민희/경기 수원시 영통동 : 저는 가면서 설명도 한번 괜히 봐봤거든요. 혹시 무슨 일 있을지 모르니까…]

문을 여닫는 작동 버튼과 비상벨 모두 고장난 곳도 있습니다.

[부산 좌천동 주민 : 저게 과연 정말 다급하고 그런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

설치비용만 대당 최소 2천만원이나 듭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고장이 난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 : 이상이 있으면 경찰 쪽에서 (발견하고) 저희 쪽에서 이제 수리하는 거니까 경찰에서 따로 말씀 없으면 (모릅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 작은 부스가 유일한 대피소입니다.

더 많은 강력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안심부스를 미리 살펴봐야 할 겁니다.

[취재지원 황두길 /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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