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장면]페널티킥을 한가운데로 찼다...황희찬은 어떻게 골잡이가 됐나

입력 2023-11-28 13:00 수정 2023-12-01 15:2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황희찬이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도 가슴을 흔든 장면이 여러 번 나왔죠.
전반 14분 울버햄프턴의 역습부터 볼까요. 황희찬은 앞으로 찔러준 공을 받아서 몇 번 툭툭 치더니 아크에서 그대로 때렸습니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히고 말았죠. 직선적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결대로' 날렵하게 직진하면서 때린 슛, 골대가 참 야속했습니다.
패배한 팀에서 경기 MVP가 나오는 것은 흔치 않죠. 황희찬은 풀럼전 MVP였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패배한 팀에서 경기 MVP가 나오는 것은 흔치 않죠. 황희찬은 풀럼전 MVP였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페널티킥 키커로...울버햄프턴의 믿음 느껴지나요

후반 30분 페널티킥 골 장면은 어땠나요. 페널티킥 득점 성공률은 확률적으로 70%로 보죠. 그렇다고 어떤 누구도 페널티킥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득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키커는 바짝 얼어붙습니다.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입니다. 흐른 공을 머리로 밀어넣으며 질주했는데 풀럼 수비수들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입니다. 흐른 공을 머리로 밀어넣으며 질주했는데 풀럼 수비수들은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강심장'이란 이런 것...한가운데로 꽂은 PK

그런 긴장을 떨치려 했을까요. 황희찬은 주저하지 않았죠. 선택은 그냥 한가운데였습니다. 강하게 꽂았습니다. 강심장이죠. 앞서 아크 부근에서 흐른 공을 머리로 들이밀고 들어가다 페널티킥을 얻어내기까지 했는데 스스로 키커로 나서 확신을 담은 강슛을 날리다니…. 황희찬이 이런 선수였나, 한번 돌아보게 했습니다.
황희찬은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풀럼전에서도 이런 적극성이 돋보였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은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풀럼전에서도 이런 적극성이 돋보였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왜 2018년 우즈벡전이 떠오를까요

황희찬의 페널티킥 하면 2018년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이 스쳐 가죠. 3대3으로 맞선 연장 후반 11분이었습니다. 그때도 황희찬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습니다. 손흥민이 전담 키커였지만 황희찬이 자신이 차겠다고 했다죠. 그만큼 당돌하고 담대했습니다. 손흥민은 멀찍이 골대를 등지고 뒤돌아선 채 그 페널티킥을 바라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2018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 황희찬이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 손흥민이 뒤돌아서서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18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 황희찬이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 손흥민이 뒤돌아서서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도 뒤돌아 선 긴장의 순간, 황희찬이 찼다

그 정도로 떨리는 순간이었는데 황희찬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차분하게 공을 패스하듯 보내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뒤 유니폼을 벗어 던졌습니다. 그게 우리나라를 아시안게임 결승으로 이끈 결승골이자, 우승으로 향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풀럼전 페널티킥 순간, 황희찬에겐 프리미어리그에서 맛본 페널티킥 첫 골이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풀럼전 페널티킥 순간, 황희찬에겐 프리미어리그에서 맛본 페널티킥 첫 골이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결연한 킬러? 202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못잊죠

그런 결연함이, 이런 다부짐이 황희찬을 한뼘씩 성장시킨 건 아닐까요. 202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도 그에겐 번쩍할 만한 전환의 계기가 됐을지 모릅니다. 기억하죠. 그 날의 드라마 같은 전개를. 1대1로 팽팽했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60m 넘게 공을 몰고 가서 수비 사이로 패스한 공을 황희찬이 마무리했으니까요. 그게 우리 축구의 월드컵 16강을 열어 젖힌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202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떨리는 순간을 성취의 기회로...황희찬의 변신

황희찬 하면 빠르고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틀을 벗어던지고 있습니다. 타고난 속도에 뭔가를 결정해주는 능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느낌이죠. 스물일곱의 윙어는 이제 골잡이로 불립니다. 작은 성공이 축적돼 큰 자신감을 만들어냅니다. 누구나 숨죽이며 지켜보는 긴장의 순간을 정면 돌파하는 태도, 그리고 그 기회를 성취의 경험으로 바꾸는 도전이 자산이 된 건 아닐까요.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는 트레이드 마크죠. 요즘은 골잡이로 숨은 가치를 끌어냅니다. (사진=연합뉴스)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는 트레이드 마크죠. 요즘은 골잡이로 숨은 가치를 끌어냅니다. (사진=연합뉴스)

벌써 7골, 슛 정확도 33%...놀라운 득점 효율

어쩌다 얻어 걸린 골을 넣는 게 아니라는 건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 공동 5위(7골)입니다. 손흥민(8골)에 비교하면 한 골이 모자랍니다. 기대득점(xG)은 3.59인데 두 배 가까운 골을 만들어내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13경기에서 7골, 경기당 0.5골을 넣고 있습니다. 21개의 슛 중 7개가 골문으로 향한 슛이었습니다. 득점 전환율(슛을 얼마나 득점으로 만들었는지를 따지는 지표), 즉 슛 정확도는 33%나 됩니다.
황희찬의 포효가 쌓여갑니다. 이번 시즌 벌써 7골을 넣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황희찬의 포효가 쌓여갑니다. 이번 시즌 벌써 7골을 넣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슛이 더 늘었고, 더 정확해졌다

지난 시즌 3골(경기당 0.11골)을 넣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이죠.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8개의 슛을 시도했는데 올 시즌은 13경기에서 21개의 슛을 때렸으니, 얼마나 적극적인 공격수로 자리잡았는 지를 보여줍니다.
황희찬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21개의 슛을 시도했습니다. 지난 시즌 18개의 슛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21개의 슛을 시도했습니다. 지난 시즌 18개의 슛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어떻게 울버햄프턴의 최고 골잡이가 됐는가?

스포츠 전문 '디 애슬레틱'은 오늘 '황희찬은 어떻게 울버햄프턴의 최고 골잡이가 됐는가'의 글을 통해 황희찬의 변신을 돌아봤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몸담게 된 2014년부터 뛰어난 스피드에 견줘 부족했던 골 결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별도의 훈련을 진행했던 일화도 소개했죠.

황희찬의 올 시즌 슛 위치 분포. 페널티지역 안에 몰려 있습니다. (사진='풋몹' 캡처)

황희찬의 올 시즌 슛 위치 분포. 페널티지역 안에 몰려 있습니다. (사진='풋몹' 캡처)

결정력 비결은...슛 지점이 더 가까워졌다

통계적으론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이 슛을 하는 지점이 골대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그래서 득점 가능성을 키운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지난 시즌엔 슛을 하는 지역이 평균적으로 골대에서 13.7m 거리였다면 올 시즌엔 9.1m 부근까지 근접했다는 거죠. 실제로 올 시즌 황희찬의 슛 21개 중 페널티 지역 안에서 시도한 게 18개나 됩니다.

풀럼전이 끝나고 황희찬을 위로하는 게리 오닐 감독, 두 사람간 신뢰가 느껴지나요. (사진=AFP연합뉴스)

풀럼전이 끝나고 황희찬을 위로하는 게리 오닐 감독, 두 사람간 신뢰가 느껴지나요. (사진=AFP연합뉴스)

"특정한 곳에 있어야 할 때, 없어야 할 때를 알아요"

더불어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의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호평 일색의 진단 중 특히 눈에 띄는 말은 이렇습니다.

황희찬은 특정한 지역에 있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알고 있어요. 팀은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는 어떤 방식을 만들죠. 특정 지역에 다다르면 골 찬스가 있으리란 걸 알고 있습니다. 황희찬은 그곳에 10번 갔는데 공이 오지 않으면 11번째에도 그곳에 가 있을 거예요. 절대 실망하지 않아요.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