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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금으로 '직원 휴게실→기관장 숙소' 점심엔 '술판'…관리 사각지대 공공기관

입력 2023-11-27 20:20 수정 2023-11-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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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원들 휴식 공간을 자신이 먹고 자는 숙소로 바꿔 써온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장이 적발됐습니다. 공사비부터 침대, 냉장고 사는 데까지 기관 돈을 썼습니다. 부하들이 한 일이라고 발뺌했지만, 직접 결재한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먼저 이은진 기자입니다.

[이은진 기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테크노파크.

연평균 1000억 정도 예산으로 지역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합니다.

올해 1월 경기도가 감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유동준 원장이 직원 휴게실을 고쳐 개인 숙소로 쓴 게 문제가 됐습니다.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1400만원을 들인 방.

싱글 침대는 머리 장식까지 덧댄 더블 침대로 바뀌었습니다.

TV도 커졌고, 냉장고와 인덕션도 들여놨습니다.

유 원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 {직원휴게실 왜 개조하신 걸까요?} 개조한 사람한테 좀 물어보세요. 제가 개조한 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한 일이라, 잘 몰랐다는 겁니다.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 제가 알지 못하는 공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공사 비용이 어느 정도나 들었는지, 어떤 내용인지 사실 몰랐어요.]

하지만 유 원장의 말과 달리 직접 결재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결재 날짜는 지난해 3월 7일, 취임하고 닷새 만입니다.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 (공공기관장은) 관사가 있어야 보통 정상이거든요. 관사가 없어가지고. 지금은 이제 관사를 마련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때문에 숙소가 필요했고, 감사 이후 개인 짐은 모두 뺐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청은 유 원장이 열 달 남짓 이 공용 공간을 쓰며 재산상 이익을 취한 거로 보고 '청렴 의무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문제의 기관장은 이 뿐 아니라 업무 시간 중에 여러 차례 기관 돈으로 술을 마신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주의 처분을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이 정도 조치로 적절한 건지, 이어서 정해성 기자입니다.

[정해성 기자]

감사는 원장이 업무추진비로 직원들과 음주를 한다는 내부 고발에서 시작됐습니다.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 {임원들이랑 함께 먹었다고…} 직원들하고 유흥하고 그런 게 아니고. 가는 분들한테 격려…]

취임 후 11월까지, 16회에 걸쳐 맥주와 소주 34병을 주문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영수증에 총액만 적혀 확인이 어려운 경우는 뺀 결과입니다.

감사 내내 경기테크노파크 직원들은 비협조적이었습니다.

고성을 지르며 조사를 막았고, 원장이 개인 숙소로 쓰고 있는 공간은 "직원 휴게실이 맞다"고 우겼습니다.

조사관들이 점심 먹으러 갔을 때 직원들은 원장 개인 물품을 창고로 옮기다 들키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 직원은 "방 안에 술병이 있으면 보기 안 좋아서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동준/경기테크노파크 원장 : 저희가 유감스럽긴 한데요. 감사하시는 분들이 좀 고압적이었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경기도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업무추진비 회수 및 '주의' 처분 등을 내렸습니다.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낮은 수준의 징계입니다.

조사 방해를 한 두 직원도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경기도청은 따로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조치가 적절한지, 이런 수준의 징계로 공공기관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경기도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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