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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깊은 산속 수상한 웅덩이…'벚꽃마을 산사태' 추적해보니

입력 2023-11-27 20:48 수정 2023-11-27 21:21

도의원 출신 업체 대표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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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출신 업체 대표의 '꼼수'

[앵커]

전북 장수의 한 마을이 몇 달 전 갑자기 물에 잠겼습니다. 인근 산에서 모래와 자갈을 캐내는 업체가 웅덩이를 만들어 놨는데 이게 넘치면서 산사태가 난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벚꽃으로 유명한 전북 장수의 한 마을입니다.

지난 5월 도로와 논밭이 물에 잠겼습니다.

5만 제곱미터, 축구장 7개 크기나 됩니다.

[김정순/주민 : 논에 갔더니 막 물이 내려와. 이상하다. 뭔 물이 이렇게 내려오나. 까딱하면 내가 떠내려갈 뻔했어.]

양파 수확을 한 달 앞둔 때였습니다.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쳤습니다.

[양복남/주민 : 양파 뿌리도 쳐다보지도 못했지. 천지가 개벽하듯이 다 덮쳐버리고. 저 너머 저쪽에서 물이 넘어와서…]

어디에서 물이 쏟아진 걸까 추적해 봤습니다.

마을에서 산속 깊숙이 더 올라와 봤습니다.

바로 앞에 굴착기가 보이고 그 옆에 컨테이너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모래와 자갈을 캐는 사업장입니다.

하늘에서 보니 물이 차 있는 웅덩이 5개가 보입니다.

모두 더하면 축구장 7개 크기입니다.

업체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모래와 자갈을 캔 뒤 씻어서 팔아왔습니다.

비가 오자 물이 넘치면서 웅덩이 둑이 무너져 산사태가 난 겁니다.

도의원 출신인 업체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물이 마을로 떠내려가지 않게 웅덩이를 만든 거라고 주장합니다.

[골재채취업체 대표/전 도의원 : 장마가 오면 물이 그냥 쏟아져 내려와. 주민들이 가만히 안 있지. {흙탕물을 여기에 가두려고 하셨던 건가요?} 네. 여기다 받으려고.]

산이 무너질 줄 몰랐다고 합니다.

[골재채취업체 대표/전 도의원 : 산이 무너지리라고 누가 상상해. {산사태가 일어난 건 대표님 책임이 아니다?} 물론 엄격하게 보면 내가 여기서 사업을 안 했으면 무너지지 않았겠지.]

웅덩이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모래와 자갈을 쌓는 야적장으로만 쓴다고 지자체를 속였습니다.

일부 허가를 받은 웅덩이는 기준보다 더 깊게 팠습니다.

모두 현행법 위반입니다.

지자체도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장수군청 안전재난과 : 14m 정도 더 깊게 파서 2월에 시정명령을 한 번 내렸어요. 산을 깊게 파면 뒤쪽이 무너지죠. 재해 쪽으로 위험도 있고.]

결국 산사태가 난 직후인 지난 6월 다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그대로였습니다.

돌을 캐는 굴착기와 물을 뿌리는 살수차는 작업을 멈췄습니다.

모래와 자갈은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지금은 업체 대표와 지자체가 골재사업 허가 취소를 두고 소송 중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 대표는 잘못을 인정하고 웅덩이에 물을 빼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골재채취업체 대표/전 도의원 : (웅덩이를) 10개고 20개고 만들 수 있어. 나는 신고를 안 했다는 거야. (사업을) 해보니까 (위험해서) 허가 자체가 나가선 안 돼.]

법을 무시한 개발은 결국 소송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사업자와 지자체가 제때 나섰다면 환경 오염도 주민 피해도 없었을 겁니다.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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