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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게 1만5천원?' 문 닫은 광장시장 바가지 전 가게…다른 곳 점검해봤더니

입력 2023-11-25 09:04 수정 2023-11-2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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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광장시장을 찾았을 때 논란이 된 전 가게는 10일간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전집에서 판매한 모둠전. 〈사진=유혜은 기자·유튜브 '희철리즘' 캡처〉

취재진이 광장시장을 찾았을 때 논란이 된 전 가게는 10일간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전집에서 판매한 모둠전. 〈사진=유혜은 기자·유튜브 '희철리즘' 캡처〉



"셋이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아가씨도 유튜브 영상 보고 왔어요?"(서울 광장시장 상인)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안에 있는 한 전집 상인이 JTBC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상인이 언급한 영상은 최근 국내 유튜버 '희철리즘'이 외국인 지인과 함께 광장시장 내 전집을 방문한 모습이 담긴 것을 말합니다.

이들은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는데 다소 빈약한 양의 음식이 나왔고, 상인은 추가 주문을 하라고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은 '광장시장 바가지 전집'이라 불리며 논란이 됐습니다.

취재진이 광장시장을 찾았을 때 문제의 그 전집은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영업 공간은 천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10일간 영업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영상=유혜은 기자〉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영상=유혜은 기자〉

문 닫은 '바가지 전집'…다른 가게 둘러봤더니


다른 가게는 어떨까.

대부분 가게는 모둠전을 1만5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양은 영상에서 봤던 것보다는 많았습니다.

취재진은 직접 음식을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시민 2명과 일행처럼 한 전집에 자리 잡았습니다.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고, 상인에게 취재진의 신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모둠전 양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상인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게 주겠다"며 "혹시 유튜브 영상 봤느냐. 양이 적을까 봐 물어보는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있던 시민이 해당 영상을 봤다고 하자 이 상인은 "정직하게 하는 사람도 많은데 몇몇 비양심적인 사람 때문에 다 같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광장시장 전체 이미지가 나빠져서 속상하다"고 답했습니다.

논란이 된 전집의 모둠전(위). 취재진은 다른 가게에서 모둠전(아래)을 시켜서 양을 비교해봤다. 같은 가격의 모둠전이지만 양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유혜은 기자〉

논란이 된 전집의 모둠전(위). 취재진은 다른 가게에서 모둠전(아래)을 시켜서 양을 비교해봤다. 같은 가격의 모둠전이지만 양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유혜은 기자〉

잠시 후 주문한 모둠전이 나왔습니다. 6~7가지 종류의 전이 나왔고, 조각으로는 20여개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식사로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2~3명이 요기하기에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취재진과 함께 전을 시킨 시민 이유리씨는 "광장시장에 오기 전 논란이 된 영상을 봤다. 바가지요금에 당할까 봐 미리 검색해서 괜찮은 가게로 골라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이 가게는 우연히 들어오게 됐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만족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함께 한 전집에서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다. 이 전집은 논란이 된 전집과는 다른 가게다. 〈사진=유혜은 기자〉

취재진은 시장에서 만난 시민과 함께 한 전집에서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다. 이 전집은 논란이 된 전집과는 다른 가게다. 〈사진=유혜은 기자〉

"양 줄긴 했지만 무난"…"전통시장치고는 비싸"


또 다른 전집에서 음식을 먹은 시민과도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 시민도 문제의 영상을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물가 때문인지 예전보다 양이 줄긴 했지만 영상에서 본 만큼은 아니다"라며 "상인들이 어느 정도 논란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있지 않겠나. 그래도 이전부터 적정량을 지키는 상인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치고는 여전히 비싼 데다 가격대비 양이 부족하다는 시민들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은 "예전엔 참치김밥에 참치를 듬뿍 올려줬는데 양이 많이 줄었더라"면서 "전통시장은 저렴한 돈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웠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 손님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도 문제가 됐기에 함께 살펴봤습니다.

한 상인은 외국인에게 전 종류를 설명해주며 조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외국인은 모둠전을 주문한 게 아니라 양을 비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외국인은 녹두전이나 빈대떡 등 개수가 정해진 전을 먹고 있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금액을 더 받거나 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광장시장 내 모든 가게를 다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서 만난 시민의 말처럼 상인들이 논란을 신경 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취재진이 둘러본 가게들은 문제의 영상보다 비교적 무난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몇몇 가게는 현금 계산이나 계좌 이체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광장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광장시장 내 모든 가게는 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일부 가게가 자체적으로 현금을 요청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광장시장에서 전을 먹고 있는 시민의 모습. 〈사진=유혜은 기자〉

광장시장에서 전을 먹고 있는 시민의 모습. 〈사진=유혜은 기자〉

상인연합회 "가격 및 용량 표시판 부착할 계획"


이날 광장시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재료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사정이고 손님에게는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논란이 된 전집은 내가 손님이었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시장 내 모든 가게가 다 그렇지는 않다. 다른 상인들도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어쨌든 일은 발생했고 시장 공동체로서 같이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 이번을 계기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광장시장 상인연합회는 일단 문제가 된 먹거리 품목에 대해 '가격 및 용량 표시판' 부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00g에 천원, 만원 등 표시판을 만들어 붙이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게마다 저울 도입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격대비 질과 양에 대한 불균형을 고치고, 소비자 응대나 불친절 등에 대한 상인들 교육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식재료 재사용 등 비위생적인 판매행위는 즉각 중단하고, 현금 결제만 요구하는 결제 방법도 개선하겠다고 알렸습니다. 향후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 내부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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