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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플라스틱 빨대 다시 쓰자”…규제 연기되자 프랜차이즈도 '슬쩍'

입력 2023-11-25 09:02 수정 2023-11-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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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직영점들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직영점들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종이 빨대 쓰다가,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쓰기로 한 매장도 있어요.” (A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

정부가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당초 24일부터는 식당이나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쓸 수 없었습니다. 종이 빨대나 친환경 빨대로 바꿔야 했죠.

지난해 규제를 만든 뒤 1년의 계도기간을 둔 정부. 24일부터 단속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요.

지난 7일 정부는 돌연 규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종이 빨대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였죠.

그런데 막상 규제를 완화하고 나니 소상공인뿐 아니라 구매 여력이 충분한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플라스틱 빨대를 더 선호하고 많이 사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직영점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


취재진이 24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6곳을 방문해봤습니다. 가맹점이 아닌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을 돌아봤습니다.

대부분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진=이지현 기자〉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취재진이 '종이 빨대는 없냐'고 물으니 “매장에는 플라스틱 빨대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고, 본사 차원에서도 별다른 얘기를 들은 게 없어 앞으로도 계속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사실 전부터 규제 시점인 24일에 맞춰 종이 빨대 사용을 준비해오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작스럽게 규제가 풀리면서 원래대로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종이 빨대를 사용하던 매장에서조차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하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A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차원에서 종이 빨대를 도입하였으나 고객 선호도가 플라스틱 빨대가 더 높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감축' 자발적 협약 맺었지만…여전한 플라스틱 사용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일회용품 줄이기와 플라스틱 빨대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습니다. 따라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정부는 이번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환경부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21곳은 지난 2018년, 2020년에 걸쳐 각각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빨대 감축'을 골자로 하는 자발적 협약을 맺었습니다.

선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친환경 행보를 하겠다는 다짐이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발적 협약일 뿐 강제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다수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와 같이 사용하고 있거나, 플라스틱 빨대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는 세 곳 정도만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습니다.
 
서울 한 카페에서는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한 카페에서는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이지현 기자〉

프랜차이즈 카페 “비싸고 소비자 반응 안 좋아…가맹점 설득도 어려워”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종이 빨대를 완전히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을 맺긴 했지만, 종이 빨대가 비용도 비싸고 소비자 선호도도 낮은 편”이라며 “정말 친환경인가에 대한 의문점도 있어 그동안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수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 관계자는 “종이 빨대를 사용하려면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분들이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그런 부담을 점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매장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는 직영점에서만 종이 빨대를 쓰고, 가맹점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젓는 막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젓는 막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친환경 정책은 규제 명확해야…플라스틱 빨대 더 늘어날 것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경영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은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운 정책입니다. 누구 하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확률이 높죠.

그래서 자발적 협약에 맡기기보다는 정부의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이미 1년의 계도기간을 두고 준비할 시간을 줘 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계도기간을 또 무기한 연장한다는 건 환경부가 앞으로는 규제하지 않을 거란 명확한 사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환경부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오히려 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왜 여긴 플라스틱 빨대를 안 주냐'는 소비자 불만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결국 이분들이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찾기 시작하면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은 굉장히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부가 계도기간을 빠른 시일 내에 끝내고 규제를 도입해야만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박 팀장은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언급한 '종이 빨대의 가격 인하'와 '품질 개선'을 위해선 오히려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규제를 예고한 뒤 종이 빨대 시장 참여자가 많아졌고, 시장이 커지면서 단가도 떨어져왔다”면서 “투자도 늘고 품질 개선도 꾸준히 이뤄지던 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런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뒤부터 종이 빨대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이렇게 되면 누가 종이 빨대에 투자해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겠냐”며 “정부가 종이 빨대 시장 기반 자체를 없애버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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