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단독] LH 자문관 사칭 200억 사기범…일본 명문대 의사 사칭하다 덜미도

입력 2023-11-23 20: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마치 영화 주인공처럼 의사 행세를 했다가, 부동산 전문가인 척 하고, UN 소속 이사로 직업을 바꾸며 사기 행각을 벌인 남성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LH 투자자문관이라고 속이고 100명 넘는 사람들에게 200억 원을 뜯어냈기 때문입니다.

먼저 연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연지환 기자]

한강이 보이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입니다.

시세로 30억원이 넘습니다.

LH투자자문관이라던 서준혁은 LH 몫 물량인데 수수료 2억원을 주면 7억원에 살 수 있다고 접근했습니다.

[서준혁 : (LH)퇴직하는 사람들을 저희가 챙겨주는 목적이 컸던 사업, 그러다 보니까 지역본부장들이 주로 많이 했습니다. 대놓고 하는 것도 아니었고 뒤에서 한 건데]

입을 막기 위해 각서도 쓰게 했습니다.

[서준혁 : 저희도 감사실이 있을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민원을 넣어요. '몇 동 몇 호에 이랬다는데 특혜식 아니냐' 딱 LH특혜라는 프레임으로 갔을 때는]

LH 이름의 계약서까지 들고 왔습니다.

[A씨/서준혁 사기 피해자 : LH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있는데 빨리 매각을 해야 (LH가) 자기네들 비자금을 만들 수 있고…]

[B씨/서준혁 사기 피해자 : 모자라는 돈을 LH에서 지원을 해주는데 자기가 승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돈은 현금이나 수표로 받았습니다.

아파트에 미리 입주시켜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LH 관계자 : 이런 분 있는지 조회해봤는데 근무한 사실이 없는 거로 확인됐고요. 투자유치자문관이란 직책 자체를 저희가 운영한 사실이 없고…]

아파트는 월세로 빌렸습니다.

[B씨/서준혁 사기 피해자 : 임대차 기간이 끝나니까 다 쫓겨나야 되는 상황이 되잖아요. 여관으로 간다든지 모텔이나 이런 데로 간다든지…]

100여명이 200억원을 뜯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공직자도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씨를 사기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이 사기범은 의사 가운을 입고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부동산 전문가라며 방송 출연까지 했습니다. 거짓말이 들통 날 때마다 직업을 바꿨는데, 원래 하던 일은 동대문에서 옷을 만드는 거였고, 이때도 상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습니다.

이어서 박병현 기자입니다.

[박병현 기자]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건 서준혁입니다.

일본 게이오대 최연소 교수이자 정신과를 전공했다고 소개됐습니다.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칼럼 기고까지 했지만 2016년 거짓이 들통이 났습니다.

[김두환/'메디게이트' 기자 (전문의) : 학회나 세미나, 심지어 칼럼까지 쓴 거로 알고 있는데…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다들 당황스러웠고…]

실체를 폭로한 의학전문매체에는 "반성한다"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사정했습니다.

얼마 뒤엔 부동산 전문가로 갈아탔습니다.

방송에도 나왔습니다.

로펌의 부동산 자문위원이란 명함도 팠습니다.

[해당 로펌 관계자 : 처음 듣는 사람인데요. 아예 없는 직책이고 없는 사람이고…]

구속돼있는 서씨의 휴대전화 프로필에는 "뉴욕 유엔 해외 출장 중"이라고 써 있습니다.

'UN경제사회이사 NGO'라며 활동하는 사진도 올려놨습니다.

외교부는 그런 직함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진짜 직업이 뭔지 단서가 나옵니다.

"동대문에서 의류제작업자로 일하며 상인들에게 5000여만원의 사기를 쳤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원은 "전과가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서씨는 지난해 9월에도 LH투자자문관을 사칭해 7000여만원을 챙겨 법정에 섰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실형은 받은 적이 없다"며 다시 집행유예로 풀어줬습니다.

서씨는 변호인을 통해 "LH 자문관이 아닌 지자체 자문관을 사칭한 건 인정하지만 주범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로펌 자문위원은 법인이 만들어 준 것이고 유엔 NGO이사는 외교부가 아닌 유엔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영상그래픽 김지혜 장희정 / 영상디자인 최수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