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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라면 사니 비닐 쓰레기는 덤'…재포장, 꼭 해야할까

입력 2023-11-23 17:42 수정 2023-11-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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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산 뒤 바로 버리는 재포장 비닐이 없으면 분리배출할 일거리가 줄어들 것 같아요."(소비자 A씨)


"불필요한 소비를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포장 속 포장이 많아 쓰레기도 많이 나와요. 정말 꼭 필요한 포장만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소비자 B씨)
 
23일 한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면 묶음 상품. 〈사진=이지현 기자〉

23일 한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면 묶음 상품. 〈사진=이지현 기자〉

마트에서 라면 5개 묶음을 사면 꼭 따라오는 게 있습니다. 바로 라면 묶음을 재포장한 비닐 봉투입니다.

이미 포장된 라면을 묶어 팔기 위해 다시 비닐 포장을 한 재포장 제품입니다.

라면만이 아닙니다. 비누, 캔 음료, 커피 우유 등 이미 포장이 다 된 제품을 비닐로 한 번 더 포장해 판매하는 경우는 여럿 있습니다.
 

'재포장 금지법' 있는데도 묶음 판매가 가능한 이유

이미 포장된 비누 4개를 다시 비닐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이미 포장된 비누 4개를 다시 비닐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환경부는 지난 2021년부터 재포장 금지법을 시행했습니다.

대규모 점포나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에서는 낱개로 판매되는 상품을 3개 이하로 묶어 판매하는 경우,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이나 시트로 재포장해 판매하는 걸 금지한 겁니다.

우유 2팩, 샴푸 2통을 묶음 할인한다며 투명 비닐 봉투에 넣어 판매하던 걸 금지한 겁니다.

당시 환경부는 재포장은 금지하면 연간 2만 7000톤 정도의 폐비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간 발생량(2019년 기준 34만여톤)의 8% 수준이죠.

정부는 재포장을 금지했는데, 마트에서 파는 라면이나 비누, 캔, 생수 등은 왜 재포장된 채 판매되고 있는 걸까.
 
팩에 들어있는 커피우유 4개를 투명 비닐에 다시 넣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팩에 들어있는 커피우유 4개를 투명 비닐에 다시 넣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재포장 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금지한 건 '3개 이하' 상품의 묶음 판매였습니다. 그러니 4개 이상을 묶어 판매하면 재포장 금지 규제를 받지 않는 거죠.

보통 4~5개를 묶어 파는 라면 재포장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커피 우유 4개를 큰 비닐에 다시 넣어 판매하는 것 역시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또 정부는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이나 시트로 재포장하는 경우만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그 외 다른 재질은 재포장해도 되는 겁니다.

마트에서 2개 묶음 할인판매를 한다면서 탄산음료 2개를 플라스틱 고리로 연결시킨 것 역시 재포장으로 보지 않는 거죠.

최근 마트에서 우유 두 팩을 비닐 띠로 엮어 판매하는 것이나, 1+1 상품을 플라스틱(PVC) 재질 스티커로 붙여 판매하는 것들 역시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탄산음료 2개를 묶음 판매하기 위해 끼우는 고리는 재포장 금지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진=이지현 기자〉

탄산음료 2개를 묶음 판매하기 위해 끼우는 고리는 재포장 금지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진=이지현 기자〉

"제품 개수, 포장 재질 관계없이 재포장 금지해야"


재포장 금지법 이전과 비교해서는 비닐 재포장이 사라지는 등 긍정적 효과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외로 허용되는 재포장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재포장을 예외 없이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은 3개 제로웨이스트숍과 지난 22일 재포장 금지법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1차 포장과 달리 재포장은 제품 자체의 포장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상태,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 한 번 더 포장하는 과대포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포장은 심각한 쓰레기 문제 중 가장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1+1, 2+1 행사가 많은 편의점에서는 재포장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제품 개수를 챙겨가기만 하면 되죠. 마트에서도 재포장 없이 묶음 행사를 하고 있는 경우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재포장을 하지 않아도 1+1 행사를 명시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두 개를 챙겨갈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재포장을 하지 않아도 1+1 행사를 명시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두 개를 챙겨갈 수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환경연합과제로웨이스트숍들은 "제품의 개수 상관없이 재포장은 모두 규제해야 한다"면서 "비닐만 재포장인 것은 아니다. 재질 상관없이 재포장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포장재 쓰레기 감축을 위한 규제 로드맵을 발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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