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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도시락 멤버도 있어요”…늘어나는 '직장인 도시락족'

입력 2023-11-22 17:20 수정 2023-11-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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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나가서 밥 사 먹으면 1만원은 그냥 넘죠. 커피까지 하면 2만원 가까이 나올 때도 있고요. 매일 그렇게 사먹기 너무 부담스러워서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어요. 저 말고도 2~3명 '도시락 멤버들'이 있어요.”(직장인 조모 씨)

 
회사원 조모 씨는 점심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반찬과 밥, 국을 싸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조모 씨 제공〉

회사원 조모 씨는 점심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반찬과 밥, 국을 싸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조모 씨 제공〉


서울 용산 쪽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 조모 씨. 몇 달 전부터 도시락을 챙겨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점심값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집에 있는 간단한 밑반찬 몇 가지와 밥, 국 등을 챙겨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도시락을 혼자 먹던 조 씨. 그런데 요즘 들어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는 '도시락 멤버'가 생겼다고 합니다.

조 씨는 “매일 나가서 사 먹는 게 부담스러워서인지 도시락을 싸 오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났다”면서 “주 4일은 도시락을 먹고 하루만 날을 정해 외식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멤버들과는 커피도 사무실 근처에서 가장 저렴한 1800원짜리를 사 먹는다”고 했습니다.

길어지는 고물가 속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장인 도시락족'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여의도 평균 점심값 1만 2800원…한 달 지출 24만원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비빔밥 한 그릇의 가격은 1만 577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냉면은 1만1308원, 삼계탕은 1만 6846원이었습니다.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칼국수(8962원), 김치찌개 백반(7846원), 자장면(7069원), 김밥(3254원) 등이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김밥 가격은 지난 9월 3천215원에서 10월 3천254원으로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김밥 가격은 지난 9월 3천215원에서 10월 3천254원으로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들이 주로 근무하는 업무지구에서는 점심값 부담이 더 큽니다.

KB국민카드가 올해 1~5월 주요 업무지구 5곳(여의도·강남·광화문·구로·판교)에서의 카드 이용금액을 분석해봤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점심시간 동안 건당 평균 1만 28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1만 2000원)과 비교하면 7% 오른 수준입니다.

광화문에서는 건당 1만 2400원(19년 대비 12% 상승), 강남에서는 건당 1만 800원(19년 대비 15% 상승)으로 조사됐습니다.

5개 업무지구의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점심값으로 23만 9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20만 4000원)과 비교해 17% 지출이 늘어난 겁니다.

이처럼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물가 수준에 조 씨처럼 도시락을 챙겨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식재료값도 비싸다”…저렴한 냉동 도시락도 인기


'냉동 도시락'도 덩달아 인기입니다. 냉동 도시락은 완제품 형태로 나와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회사원 이모 씨는 크게 오른 외식비와 식재료값 때문에 '냉동 도시락'을 애용한다. 가격은 3800~6000원선. 〈사진=이모 씨 제공〉

회사원 이모 씨는 크게 오른 외식비와 식재료값 때문에 '냉동 도시락'을 애용한다. 가격은 3800~6000원선. 〈사진=이모 씨 제공〉

직장인 이모 씨는1년여 전부터 점심으로 냉동 도시락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가볍고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여러 가지 도시락을 번갈아 먹고 있는데, 저렴한 건 3800원, 비싼 건 6000원대 정도”라면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 업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포만감도 심하지 않아 가볍게 먹기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요리를 해 도시락을 싸려면 재료를 다 사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완성된 도시락이 더 저렴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시락 용품 판매도 늘어…'도시락 만들기' 콘텐트도 다수


외식 대신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 판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달 3일까지 도시락 용기·가방, 보랭·보온가방, 텀블러 등 도시락 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냉동 도시락 제품 거래액도 같은 기간 20.9%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도 '직장인 점심 도시락' 콘텐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도시락 메뉴를 추천하거나, 레시피를 알려주는 콘텐트들입니다.

도시락을 챙기는 사람들끼리 그날의 메뉴를 사진 찍어 공유하는 커뮤니티나 오픈 채팅방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도시락 레시피'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고, 직접 만든 도시락 등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도 생겼다. 〈사진=유튜브·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유튜브에서는 '도시락 레시피'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고, 직접 만든 도시락 등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도 생겼다. 〈사진=유튜브·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

전문가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당분간 점심값을 아끼려는 직장인들의 움직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직장생활을 하면 보통 일주일에 5일을 매번 사 먹어야 하는 만큼 구매 빈도가 빈번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한 번 구매당 가격이 높은 건 가계에 큰 지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니 외식을 줄이고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거나 구내식당, 편의점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소득은 안 오르는데 지출액수가 모든 항목에서 오르고 있는 만큼,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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