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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 어디 버릴까...휴지통 NO, 보건소 수거함 OK, 우체통 Yes

입력 2023-11-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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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은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 또는 일반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폐의약품은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 또는 일반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최근 한 드라마에서 약 복용을 거부하는 주인공이 약을 몰래 변기에 버린 뒤 물을 내리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먹지 않는 약, 유통기한이 지나 먹을 수 없는 약은 이처럼 변기에 버리면 안 됩니다. 물약을 하수구에 흘려보내서도 안 되죠.

약 성분이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피임약 성분인 합성 에스트로겐이 호수에 장기간·저농도로 노출된 뒤 물고기의 정상적인 번식이 일어나지 않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로 버려서도 안 됩니다. 쓰레기를 소각하면 괜찮지만, 매립하는 경우 약 성분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폐기물 중 59.3%는 소각되는 반면, 31.5%는 매립됩니다.

폐의약품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지속적인 항생물질 노출로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균이 확산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문조사를 해보니 먹지 않는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에 버린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55.2%였습니다.

절반 이상이 폐의약품을 잘못 버리고 있는 겁니다.

보건소·주민센터 '폐의약품 수거함' 이용해야…일부 약국도 수거


폐의약품은 지난 2017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분류됐습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에서 폐의약품 수거와 처리 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주민센터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 〈사진=이지현 기자〉

주민센터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 〈사진=이지현 기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보건소나 주민센터, 구청,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리는 겁니다.

서울시의 경우 '스마트서울맵'에서 폐의약품 수거함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거함에 폐의약품을 버릴 때 알약이나 가루약 등은 약봉지에 들어있는 밀봉된 상태 그대로 버리면 됩니다. 물약이나 연고는 뚜껑을 잘 닫은 뒤 버리면 되죠.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곳도 있습니다. 폐의약품 수거 거점 약국으로 지정된 곳이나, 지역에 따라서는 모든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받기도 합니다.

폐의약품 수거 편의를 위해 수거함을 늘리고 약국에서도 수거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폐의약품 수거함이 주민센터나 보건소 안에 위치할 경우, 운영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약국은 수거 거점 약국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어 시민들이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약국 중 폐의약품 수거함이 설치된 비율은 절반 정도(51.3%)에 불과했습니다.

대안으로 나온 '우체통'…서울시 폐의약품 수거량 32%↑


그래서 나온 대안이 '우체통'입니다. 가까운 곳에 있고, 24시간 배출이 가능하죠.

평일에는 우체통을 매일 관리하기 때문에 폐의약품 수거도 원활합니다.

폐의약품은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 또는 일반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폐의약품은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 또는 일반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배출 방법은 간단합니다. 각 주민센터 등에서 나눠주는 '우체통 폐의약품 회수봉투'를 받아 폐의약품을 담은 뒤 밀봉해 우체통에 넣으면 됩니다.

전용 회수봉투가 없다면 일반 서류봉투 등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표기한 뒤 밀봉해 버리면 됩니다.

다만 물약처럼 흐를 수 있는 약은 우체통에 버리면 안 됩니다. 물약은 폐의약품 수거함에 배출해야 합니다.

폐의약품을 우체통에 버리는 방법. 〈사진=이지현 기자〉

폐의약품을 우체통에 버리는 방법. 〈사진=이지현 기자〉


우체통을 통한 폐의약품 배출 이후 수거량은 늘고 있습니다.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세종시에서는 지난 1~5월 폐의약품 회수가 전년 대비 월평균 7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부터 우체통을 통해 폐의약품을 수거한 서울시 역시 7~9월 월평균 15.6톤의 폐의약품을 수거하면서 전년 대비 약 32% 수거량이 늘었습니다.

현재 우체통을 통한 폐의약품 수거는 서울시와 세종시, 전남 나주시에서만 시행하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폐의약품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것보다 우체통을 통해 수거하면 비용 면에서나 인력 면에서나 더 효율적"이라면서 "우정본부가 폐의약품 수거 대행자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쉽게 배출하고 빠르게 처리하도록…정부 지침 등 개정 추진

세종시와 서울시, 나주시에서는 우체통을 통한 폐의약품 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세종시와 서울시, 나주시에서는 우체통을 통한 폐의약품 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정부는 현재처럼 약국이나 보건소를 통해 폐의약품을 버리는 것 외에도 우체통을 활용하거나, 아파트 내 폐의약품 분리배출 수거함을 설치해 폐의약품을 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폐의약품 배출 편의성을 높인다는 거죠.

또 지자체마다 다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고, 모인 폐의약품이 빠르게 수거돼 소각될 수 있도록 수거 체계도 개선할 예정입니다.

우체국이 우체통을 통해 의약품을 자주 회수하거나, 의약품을 주로 운송하는 물류회사를 통해 약국에 모인 의약품을 빠르게 수거해가는 방식 등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폐의약품 회수·처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의약품 수거와 관리에 대한 지침 등 근거를 마련해두면 각 지자체가 상황에 맞게 조례를 제정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자체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수거 방법은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배출 방법은 지자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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